brunch
매거진

모서리 접기

by 박은영


그 아이는 믿었다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어쩌면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그런 걔를


더 중요한 것이 남았다는

그런 기분을 지울 수가 없으면


모서리를 접어

걔가 자주 하던 그거 말이야


동그라미를 꿈꾸면서


모서리를 자꾸 접다 보면

다시 모난 부분이 튀어나와


그러면 걔가 말해

그래도 조금 덜 날카롭다


그렇지?


있잖아, 내가 떠나면

네가 모서리를 접어줘


지칠지도 몰라 결국에는

그 무엇도 이해하거나

구원할 수 없을 테니까


포기하는 일과 접는 일

누군가는 헤아릴 수 없겠지만

그래서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마


동그란 세상이 오면

우리는 언젠가 만날 테니까


그러니까 영원히

keyword
박은영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장인 프로필
구독자 613
매거진의 이전글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