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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마음

by 박은영


마음이 추락할 때면 너는


하늘이 흐려서 웃기도 하고

별빛이 눈부셔 울기도 했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너는 이제 끝에 매달려


울면서 웃을 수도 있고

웃으면서 울 수도 있다


어차피 울게 될 거라면

미루고, 미루다

끝끝내 울기를

절실히 바랄 테지만


빛은 너무나 빨리 저물고

내 영혼은 더없이 작고

안개는 언제나 문득 찾아와서


너는 꼭 먼저 울게 된다


떨어지는 별을 잡을 수 없다면

나는 그 자리에 머무는 달처럼


처음 빛을 흘렸을 때 기억하니

꼭 애써 사랑할 필요는 없단다


그 어떤 것도 말이야


오직 내리쬐는 달을 기억하고

그저 감싸고 또 감싸 안기를


우리는 만날 수 없겠지만


울다가도 웃어야만 하는

네가 그 시간을 견뎌낼 때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달의 마음이 낙하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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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장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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