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컨디션이 너무나 안 좋았다.
모니터를 너무 많이 봤을까 피로한 눈과 미약한 두통이 계속됐다.
일도 관계도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하루 종일 울고 싶다는 기분에 잠식되기도 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확신과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견딜 수 없을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어떤 사람은 살아있지만 돌아오지 않아
1호는 이제 없다
잘 지내?
나는 사실 잘 지내지 못해
끊임없이 삼켜내는 말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상처입지 않아
좋은 사람들이 모두 가난한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선하고 구김 없는 사람들이 주는 상처에 관해
어차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나도 당신도 우리가 서로를 영원히
남을 쉽게 미워하지 않는 사람
누군가 떠오르고
나도 본받고 싶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어?
가끔은 너무 미워 그 모든 것을 나조차도
그래도
당신은 얼마나 투명한 슬픔을 지니고 있나요
아이들은 너무 투명해서 곧 사라질 것만 같다
걘 이제 죽고 없어요
나를 데리러 온 천사에게 그렇게 말할 것이다
사랑은 이제 지루해
익숙하고
낡았어
매번 갱신되는 작은 행복과 불행
순수한 불행은 영원히 반복되고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큰 불행에 잠식되곤 한다
나는 아파요. 어쩌면
나는 울고 싶어요. 어쩌면
위로받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는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문장 속에 있다
우리는 서로의 주변이에요
그럼 저는 어딜 가도 행복하지 않은 건가요?
여전히 분노와 슬픔과 원한이 넘치는 끔찍한 세상에서
타인의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간절하게
누군가를 저주하면
그건 누구의 탓이지?
안다 나는 나에게만 중요하는 것
그래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이 폭력을 당할 때,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샅샅이 이해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폭력을 멈추는 일이 아닌가?
이미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살아 있지만 아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몇 가지 시절을 건너온 나는
그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이젠 돌아가지 않아
돌아갈 수도 없지만
이 불안정한 마음으로도 어쨌든 일상을 이어나가야 하니까
그러니 여전히 읽고 쓴다.
김서해, 『여름은 고작 계절』
정보라, 『저주토끼』
이예진, 『장르가 다른 핑크』
이제야, 『진심의 바깥』
조혜은, 『털실로도 어둠을 찔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