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 여러분 ^^ 그동안 에리카의 <4인 가족 여행기>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 12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유럽여행기 1, 2>에 이어 <4인 가족 여행기>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인생에 여행이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사실은 늘 낯선 곳을 향한 향수병을 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We are torn between nostalgia for the familiar and an urge for the foreign and strange. As often as not, we are homesick most for the places we have never known.
- Carson McCullers
우리는 익숙한 것에 대한 향수와 낯설고 이국적인 것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전혀 모르는 곳에 대해 향수병을 앓는다.
– 소설가, 카슨 매컬러스
2004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저는 어학연수 장학금을 받아 독일을 갈 기회가 생겼고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의 여름 어학 코스를 마친 뒤 혼자 독일을 두루두루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독일어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외로움도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낯선 곳이 좋았고, 새로웠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외국 친구들과 금방 친해졌고 하루씩 일정을 같이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절대로 해가 지고 난 뒤에는 돌아다니지 않았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만 다녔지요.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익숙한 곳에 오래 고여있으면서 낯선 곳을 향한 갈증이 점점 커질 때쯤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고 1년 동안 어느 정도 큰 아이들과 함께 생애 처음 가보는 나라와 도시들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잊고 있었던 여행을 향한 저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지요. 여행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되었고 여행기를 쓰며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SNS용 여행이 아니라 진짜 여행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그 설렘과 행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제 글솜씨가 모자란 것이 문제이지요. ㅎㅎ
이번 브런치 북에서는 베트남 다낭, 옥천, 단양, 진천, 제주도 밖에 돌아보질 못했습니다. 아직 갈 곳이 많이 남아있는데 말이지요. 한동안은 제 본업-음악에 대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아 여행기는 잠시 휴업에 들어가겠습니다. 낯선 곳을 향한 갈망, 전혀 모르는 곳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4인 가족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문사진 2004년 찍은 베를린의 샬로텐부르크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