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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광치기 해변, 가을에는 산굼부리

눈물로 쓰는 제주도 여행기 두 번째

by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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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치기 해변입니다.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으로,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과 함께 떠오르는 일출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봄의 제주도를 경험해 봤는데요. 원 없이 유채꽃을 보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드라이브하며 꽃을 보기 좋은 곳으로는 녹산로 유채꽃 도로(서귀포 가시리 마을)를 추천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3월이라 유채꽃만 있었는데, 4월부터는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드라이브 코스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곳으로, 유채꽃이 피는 계절에 제주도를 방문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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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가기 좋은 곳으로는 '산굼부리'를 꼽고 싶습니다.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어로, 산굼부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분화구입니다. 산굼부리는 여러 한라산 기생화산 중 하나이지만, 커다란 분화구를 가진 점이 독특합니다. 분화구의 크기는 바깥 둘레 약 2,700m, 밑둘레 750m, 넓이가 약 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초대형입니다.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는 그 크기를 실감하기 어려우니 직접 가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가을에 산굼부리를 방문하면 골짜기 가득 피어난 억새를 볼 수 있습니다. 제주의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만들어내는 은빛 물결은 잊지 못할 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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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647.JPG 아빠가 찍어준 엄마와 나




산굼부리는 2011년, 부모님과 함께 떠난 제주여행에서 방문했던 곳입니다. 결혼 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어서 가까운 제주도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비행기 예약부터 숙박, 렌트, 관광 계획까지 제가 모두 준비한 여행이었지요. 부모님의 마음에서 생각해 보면 제가 어린 나이는 아니었으니 결혼을 안 해도 고민이셨겠지만 애지중지 키워온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마냥 기쁘기지만은 않으셨을 겁니다. 자녀의 결혼을 본인의 숙제로 생각하시는 세대이니 숙제를 마치는 후련함도 있으셨겠지만 걱정도 되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생각이 있으셨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결혼 한 달쯤 전에 떠난 이 여행은 저에게도, 부모님께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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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14년 전의 제주도 여행사진을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젊어 보이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도 두 분이 연세보다 젊어 보이시고 건강하셔서 제가 부모님께서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기를 쓰다 말고 부모님께 영양제와 과일을 구입해 바로 보내드렸습니다. ㅎㅎ 그리고 저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눈물이 났습니다. 아내이자 엄마가 되기 전, 오로지 부모님의 사랑받는 딸로 살던 그 시절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부모님께 받은 그 깊고도 큰 사랑,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지금은 제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늘어난 사랑만큼 커진 책임감을 가지고 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떠나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일상에 더 큰 감사함을 느끼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정표를 세우며 특별한 추억을 더해가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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