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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도

쇠소깍 산물 관광농원과 범섬

by 에리카

다음 여행지로 어디를 써볼까 고민고민을 하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도로 골라봤습니다. 말(馬)이 많은 건 맞는데 왜 탈도 많냐 물어보신다면 사실 높은 물가와 중국 관광객들의 매너 없는 행동들로 탈도 많지요.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제주만의 매력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 노래의 배경과 영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최근 높은 시청률로 한국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공감으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폭싹 속았수다'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저는 결혼 전 부모님을 모시고 한 번, 아이들과 두 번 이렇게 총 3번의 제주도 여행을 하였는데 그중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는데 좋았던 곳들 몇 군데만 제 브런치북에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장소는 '쇠소깍 산물 관광농원(https://www.instagram.com/sanmool_jeju)'입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쇠소깍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에요. 한의원 원장님이 운영하는 감귤 농장 + 이색 박물관 + 빈티지 카페로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그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수집품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농원에는 모루, 농기구, 악기, 제주 전통 고재, 총, 군복 등 정말 다양한 수집품이 가득한데 넓은 공간 구석구석에 잘 배치되어 있어 관람방향을 따라 걸으며 다음에는 무엇이 또 나올까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이 제 기억에 크게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아래 사진 속 오래된 피아노 때문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만난 피아노는 또 한 번 운명처럼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눌러본 건반에서는 생각보다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림잡아 백 년 전 물건부터 모여있는 이곳에서 나이가 지긋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자니 그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손끝을 거쳐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흘러나오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나! 풍금도 있네요. 저는 국민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반주자였습니다. 그리고 90년대였음에도 무려 교실에는 풍금이 있었지요.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풍금도 연주해 보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추억도 나누어주고요. ^^ 3월이었는데 아직 농원에 남아있는 한라봉을 따던 스텝분이 한라봉도 선물로 주셔서 사진마다 한라봉을 등장시켜서 사진도 찍고 또 나중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때는 작년 3월로 처음으로 제주투어패스(https://www.myrealtrip.com/offers/159442)라는 걸 이용해서 제주도를 여행했습니다. 사실 이 투어패스 덕분에 '쇠소깍 산물 관광농원'도 알게 되었습니다. 투어패스는 24시간부터 자신이 이용하고 싶은 시간만큼의 패스를 구입하면 그 시간 동안 제휴업체를 1시간 텀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로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신다면 추천할만합니다. 저희는 48시간권을 끊어서 박물관, 유람선, 카트, 승마, 족욕체험, 카페 등 다양하게 이용하였습니다. 업체에 따라 추가금이 있는 경우, 유선으로 예약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사용하실 계획이라면 상세설명을 꼼꼼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범섬'입니다. 이곳은 서귀포 유람선(https://seogwipocruise.com)을 타고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서귀포 유람선은 3층으로 이루어진 큰 배라서 뱃멀미 걱정 없이 탈 수 있고 1시간 남짓 재밌는 설명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서귀포 남쪽 해안의 작은 섬들과 외돌개, 새연교를 볼 수 있습니다.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 해상에 위치한 범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과 같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호도(虎島)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범섬은 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입니다. 이 섬에는 해식 쌍굴이 뚫려있는데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울 때 뻗은 두발이 뚫어 놓았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잔잔해 선장님이 범섬 가까이까지 가주신 덕분에 수직으로 발달한 주상절리로 만들어진 깎아지른 절벽과 파도 침식에 의해 생긴 동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2024년 3월 서귀포 유람선에서 찍은 범섬


출처 - VISITJEJU, 서귀포 유람선 홈페이지

곳곳에 해식동굴이 있고 주상절리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연보호구역 범섬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그 섬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식물들과 동물에게는 천국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을 쓰며 찾아보니 과연 문섬과 범섬에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포함하여 총 142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해안에는 녹조류·갈조류·홍조류 등 총 111종의 해조류가 자라고 있고, 이외에도 다수의 신종, 미기록종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적 희귀종인 후박나무가 자라고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 번식하는 남쪽 한계지역으로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4월 11일,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품고 있는 깊은 역사적 아픔과, 이를 극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가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지역적 비극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역사적 교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기록물들은 고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그들을 통해 배우고 기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또한 제주도는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품고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한라산은 넓고 깊은 품으로 수많은 생명체를 길러냈고, 화산 활동이 빚어낸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자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유산임을 일깨워 줍니다.


그리고 제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해녀들입니다. 바다와 공존하며 살아온 해녀들의 삶은 제주도의 강인한 정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해녀들은 물질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왔습니다. 동시에 바다를 존중하고 생태를 보존하는 지혜를 몸소 실천해 온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제주도는 이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이라는 유네스코 5대 분야를 모두 보유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제주도가 가진 자연적·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얼마나 독보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제주도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섬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곳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속에서 함께한 인간의 역사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한라산의 웅장한 품에서부터 범섬의 주상절리, 쇠소깍의 잔잔한 물결, 그리고 해녀들이 잠수하던 바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제주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 섬을 사랑하고, 자연을 보존하며, 해녀들의 지혜를 배우고, 아픈 역사 속에서도 삶을 이어온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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