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우리는 바젤의 놀이동산 박람회에서 지칠 때까지 놀다가 해가 어둑해질 무렵에야 겨우 Saint-Oyen으로 출발했다. 몰드와인을 한잔 마신 남편과 에너지를 노는데 다 쓴 아이들은 금방 잠이 들었고 230km에 달하는 초행길을 말 걸어주는 사람하나 없이 나 홀로 운전해야 했다. 빠르게 변하는 하늘의 색과 아름다운 풍경은 잠시만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을 뿐 금방 까만 밤이 찾아왔고 나는 waze의 길안내에 대꾸하다 지루해져서 좋아하는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https://www.instagram.com/3filmclub/)'을 들으며 가족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정말 친절하고 따뜻했던 호스트의 완벽한 안내로 늦은 밤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고 2박을 머물렀던 이 숙소는 지금도 잊히지 않을 만큼 너무 좋은 곳이었다. 숙소는 번지수가 1번인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첫 번째 집이었는데 고개를 드니 별이 정말로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집 앞 정원의 작은 우물에서 졸졸 물소리가 들리고 카우벨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는데 깜깜해서 조금 먼 곳은 보이지 않고 별만 가득한 우주의 어느 한 지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천천히 밝아오는 아침을 느끼며 일어나 가족 모두 아침을 먹기 전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동안 아침은 늘 날씨가 흐리고 점심때가 가까워져야 날이 맑아졌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맑았기 때문이다. 단단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는데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맑은 공기와 풀내음, 생생한 물소리, 은은한 카우벨 소리. 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스위스 시골 작은 마을의 푸르른 목초지에서 예상 못한 일출을 만났다. 어스름한 하늘에서 조금씩 해가 떠오르고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이 오롯이 우리 가족만 이 풍경 안에 있는 것이 이 순간을 더욱 신비롭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둘째 날 아침 산책에서. 이 날은 날이 흐렸다.
넓은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는 소들. 카우벨 소리가 맑다.
지금, 이렇게 여행기를 쓰면서 이번 여행에서 나중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을 하나만 고른다면 융프라우도 뮌헨도 아닌 바로 여기가 내가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이름도 생소한 생투앙, 그곳에서의 아침은 꿈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