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투앙에서의 이틀째 아침, 한차례 더 아침산책을 하며 갈색 얼룩소, 까만소, 까만 얼룩소 골고루 만나서 인사를 하고 짐을 싸고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호스트님이 가기 전에 얘기해 달라 하여 떠날 준비가 되었다 문자를 드리니 "나의 아뜰리에를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라고 하셨고 기쁜 마음으로 작지만 예쁘고 소중한 그녀의 아뜰리에를 구경했다. 취미로 도자기를 만드는데 딸이 사줬다며 가정용 가마도 자랑하시고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보여주시는 모습이 소녀 같으셨다.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같이 사진도 찍고 나는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날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늘은 로잔(Lausanne)을 들려 뤼민궁전과 박물관을 돌아보고 레만호숫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브혹(Broc)에 있는 까이에 초콜릿 박물관에 갈 예정이다. 로잔은 가수 루시드 폴이 졸업한 유명한 공과대학이 있는 도시로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조용하고 여유로우며 평온한 기운이 넘치는 도시였다. 여기서는 도로변 주차를 시도해 볼까 하여 주차를 하고 티켓기계에 가서 동전을 넣으려고 하니 지나가던 시민이 '오늘은 일요일이라 공짜야!' 알려준다. ㅎㅎ 감사감사. 돈 굳었네. 그 뒤로 도로변주차의 주변 표지판과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많은 도시가 토, 일요일은 공짜인 곳이 많았다. 차량절도가 극심하다고 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유명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는 적절히 실내주차와 실외주차를 병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뤼민궁전에는 4~5개의 박물관과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모두 무료다! 역사박물관, 지질학박물관, 동물학박물관, 고고학박물관뿐만 아니라 상설 전시, 특별 전시도 있다. (특별 전시는 1프랑 정도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흥미로워해서 오래 머무르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박물관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시품이 들어있는 유리캐비닛이 100년이 넘은 것이니 각별히 조심해 달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있었고 과연 오래된 유리여서 그런지 매끈하고 투명한 것이 아니라 살짝 굴곡이 져있고 투명도도 요즈음의 유리와는 달랐다. 그리고 심지어 전시품의 이름을 적어놓은 푯말들도 컴퓨터로 뽑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쓴 것들이었다! 고풍스러운 박물관이라니! 유럽에 오면 느낄 수 있는 오래된 것을 아끼고 잘 보존하는 문화가 이곳 박물관에서도 느껴졌다.
모든 박물관이 다 이런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역사박물관은 아주 모던하게 조명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디오라마와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였고 지질학 박물관의 다양한 원석을 전시해 놓은 파트는 어두운 조명아래 반짝이는 원석을 더욱 돋보이게 전시해 두어 눈이 황홀했다. 박물관을 보고 나서는 대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로잔은 언덕 위에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고 거기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로잔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대성당에 도착했다. 고딕양식의 이 성당은 1275년, 100년에 가까운 공사 끝에 완공하였으며 뛰어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와 달리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인지 사람이 적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잠시 다리의 피로도 풀 겸 조용한 성당에 앉아있자니 오르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 7000개의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은 설계에만 10년이 걸리고 완성하는데 15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오르간에서 바흐의 미사곡을 연주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너무너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성당에서 마르셰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금방 구시가지가 나오고 구시가지에는 정의의 분수가 있는 팔뤼 광장이 있다.
Escaliers du Marche 마르셰 계단 (사진 출처 : 로잔 홈페이지)
한가한 일요일의 로잔 구시가지 풍경
이제는 로잔을 뒤로하고 레만호를 따라 까이에 초콜릿 박물관이 있는 브혹으로 떠난다.
(커버 사진 출처 : 스위스 관광청,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모든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