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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24. 2024

유럽 렌터카 여행 19 - 스위스의 수도 <베른>

7일 차 11월 4일 ②


베른의 주차장 https://maps.app.goo.gl/DkXtvUrDry1pRStN7

  렌터카 여행에서 주차장을 찾는 일이 제1의 과제라는 얘기를 이전 여행기에서 한 적이 있다. 그 어떤 여행 서적이나 여행 카페, 여행 블로그를 봐도 유럽여행 중 주차는 도로변이나 실외주차장보다는 cctv가 있는 실내주차장에 하라고 권장한다. 실제로 차량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기 때문에 짐은 절대 좌석에 두지 않고 트렁크에 보이지 않게 넣고 캐리어의 손잡이들을 와이어 자물쇠로 연결하고 주차는 실내주차장에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렇게 까지 해도 털리는 분들도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그럼 비싼 주차비를 내고 뭐 하나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ㅎㅎ 대부분의 실내주차장에는 무료화장실이 있다. 특히 스위스의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들은 엄청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화장실이 유료인 경우가 많으니 이왕 주차한 거 꼭 화장실 사용하고 가자! 그깟 화장실 비용이 얼마나 하겠어 하지만 인원이 4명이면 화장실 이용료도 곱하기 4이니 1프랑씩만 해도 4프랑, 7천 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우리가 베른에 도착할 때쯤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가을의 문턱을 넘어 이제 겨울로 들어가는 시기에 걸맞게 기온이 낮아졌다. (이 날 이후로 경량패딩을 넣고 겨울패딩으로 겉옷을 바꿨다.) 일단 날이 추우니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배를 좀 채운 뒤 구시가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유명한 지트글로케 시계탑(https://maps.app.goo.gl/tSBD77UJPWbxw1o78)도 보고 역시나 이곳에도 있는 대성당(https://maps.app.goo.gl/aWKoAi5nEGLMsgNRA)도 보았다. 도시마다 대성당이 있는데 이는 오랜 시간 종교와 권력이 한 몸처럼 움직인 역사의 결과일 것이다. 

베른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시의 상징 곰문양이 장식된 천장

  베른의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서울과는 아주 다른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도시의 크기가 서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기 때문에 걸어서 관광이 가능하고 서울만큼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 한강은 서울을 크게 가로질러 흐른다면 베른에 있는 아레강은 베른의 구시가지를 둘러 에워싸고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올여름 스위스 사람들의 퇴근법이라며 유명해진 영상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개인물품을 방수가방에 넣고 수영복 차림으로 강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모습이었다. 그 영상의 강이 바로 베른의 아레강이다. 

원본 출처 - https://www.instagram.com/instasuiza/
서울의 한강과 베른의 아레강

  스위스인들은 더운 여름철 아레강의 빠른 유속을 이용하여 수영도 즐기고 교통체증도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며 퇴근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영상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되자 스위스 정부 관광청은 실제로 많은 스위스인들이 '수영 퇴근'을 실천한다고 사실을 확인해 주었으며 베른시는 아레강의 모든 입출입구가 표시된 지도를 그린 ‘아레백’이라는 이름의 방수가방을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니덱부뤼케(https://maps.app.goo.gl/5W9FNxWKcdPqAfWt7)에서 내려다본 아레강은 유속이 꽤 빨라 보였다. 

  이제 베른시의 상징인 '곰'을 보러 가자. 곰 동물원이 아닌 곰 공원(https://maps.app.goo.gl/HDKRadjBmTFYbPkT7) 으로 명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곰 공원은 입장료가 따로 없고 곰 세 마리 동요처럼 엄마곰, 아빠곰, 딸곰 세 마리의 곰 가족이 살고 있다. 11월은 곰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라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아빠곰을 만났다. (우리가 곰을 보며 감탄하고 있자 현지인이 슬며시 다가와 "아빠곰이야, 엄청 큰 수컷이지."라고 말해주었다.) 도시 한가운데, 좁은 우리가 아닌 5000평방 미터의 넓은 공원에서 살고 있는 곰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제 베른을 떠나 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 지역으로 떠날 시간이다. 몇 번을 일정에 넣었다 뺐다 고민했던 곳이다. 한국사람들이 엄청 많이 가는 관광지라는 인식도 있었고 융프라우 정상으로 가기 위한 곤돌라 비용도 높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11월의 융프라우 지역은 날씨가 좋은 날이 매우 드물고 심지어 관광곤돌라나 산악열차들은 점검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볼 수 있는 곳이 융프라우와 하더클룸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하나, 비수기이니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람 많은 것을 아주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삐뚤어진 성격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I hate people. ㅎㅎ 둘, 날씨는 어차피 운이라 여름에 와도 곰탕뷰(안개가 잔뜩 낀 뷰)만 보고 돌아간 후기도 많았으니 우리도 운에 맡기자. 셋, 여행의 한가운데라 많이 피곤할 테니 전망이 좋은 숙소를 예약해서 숙소에서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쉬자. 넷, 이번에 와서 좋으면 다음에는 여름에 오자.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융프라우를 일정에 넣었다. 무려 3박이나! 이 중에 하루는 날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 자, 이제 알프스 설산을 보러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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