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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부터 구스타프 클림트까지

유럽 렌터카 여행 34 - 13일 차 11월 10일 ①

by 에리카

오늘은 11월 10일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뮌헨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입장료가 1유로가 되는 날이다. (알테 피나코텍의 경우 평소 요금은 9유로) 20년 전 혼자 뮌헨에 왔을 때도 일요일에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미술관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뮌헨에는 3개의 피나코텍 미술관이 있다.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알테 피나코텍 Alte Pinakothek, 19세기 작품을 소장한 노이에 피나코텍 Neue Pinakothek, 그리고 현대미술관 피나코텍 데어 모데아네 Pinakothek der Moderne이다. 혼자 여행할 때는 하루에 3 곳을 다 보겠다고 밥도 안 먹고 오픈부터 마감까지 달렸지만 이번엔 아이들 둘과 함께니 알테 피나코텍만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와중에 행운인 것은 지금 노이에 피나코텍이 공사 중이어서 19세기 작품들도 알테 피나코텍에서 전시 중이라 14세기 작품부터 19세기 작품까지 한 건물에서 다 볼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vgj7nDuicQr7fpD87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알테 피나코텍으로 들어갔다. 먼저 코인로커에 모든 짐과 두툼한 겉옷을 넣어두고 입장했다. 알테 피나코텍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의 하나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었던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 루드비히 1세가 1826년 궁정 건축가 레오 폰 클렌체에게 비텔스바흐 컬렉션을 위한 새로운 미술관을 짓도록 명령했고 유능한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클렌체의 설계로 이 아름다운 건축물이 지어졌다. 알테 피나코텍은 당시로서 매우 현대적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으로 1836년 개관 이후 독일과 유럽의 많은 미술관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출처 By Rufus46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110158


20년 전 처음 알테 피나코텍에 왔을 때 가장 신선했던 것은 갤러리의 벽지가 빨강과 녹색의 강렬한 색으로 대비가 되어 방마다 연속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가봤던 미술관들은 보통 하얀색이나 상아색 같은 그림의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바탕이었는데 까마득한 층고에 엄청난 크기의 그림들, 그리고 강렬한 색의 벽지는 스물셋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아이들과 남편도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라 '역시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미술은 시간적으로 변함이 없이 존속되는 예술이지만 동시에 직접 보아야 한다. 사진으로 그림의 형태(?)를 전할 수는 있지만 그 규모와 질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끝없는 질문에 열심히 알고 있는 지식 + 번역기를 사용해서 설명해 주느라 나올 때쯤엔 목이 아팠다. 질문폭격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가 될게. 미안해, 얘들아.


지금 글을 쓰며 작품을 하나하나 다시 봐도 엄청난 컬렉션을 감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작품을 보고 감상을 나누려고 하는 모습에 내 생각보다 더 많이 성장한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 / 프랑수아 부셰


알테 피나코텍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 입장권에도 인쇄되어 있었다. 말간 얼굴의 그녀는 순수하면서도 지적으로 보이는데 사실 그녀는 루이 15세의 공식적인 내연녀였다. 그녀는 엄청난 야심을 가진 사람으로 유부녀였는데 남편을 속여 일부러 왕의 사냥터인 숲에 별장을 짓고 루이 15세를 유혹하는 데에 성공한다. 왕의 애정을 바탕으로 그녀는 20여 년간 권세를 누리며 통치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전해진다.


성 모자와 화환을 든 천사들 / 루벤스와 브뤼헬


안 쪽의 성모자는 루벤스가 바깥쪽의 천사와 꽃은 브뤼헬이 그린 협업작품. 피터 폴 루벤스와 얀 브뤼헬은 친한 친구사이로 루벤스가 브뤼헬의 아이들의 대부이기도 했다. 액자도 정말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던 그림.


The Music Party / 루이 롤랑 트랭케스


드레스를 만지면 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은 생동감이 있었던 그림.


Caritas (사랑, 자선) / 프란체스코 살비아티

카니가니 홀리 패밀리 / 라파엘로


해바라기 / 빈센트 반 고흐

여러 가지 버전의 해바라기 중에 민트색 배경의 1888년 작품.


예수의 탄생 / 폴 고갱

아를에서 고흐와 함께 지내다 서로 사이가 틀어진 후 고갱은 타히티섬으로 떠났다. 그는 타히티에서 한참 연하의 원주민 여인과 살았는데 그림 속의 여인이다. 그림의 제목이 '예수의 탄생'인 이유는 고갱이 자신의 여인과 아이를 모델로 예수의 탄생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막 출산을 마친 듯한 어머니와 아기 머리에 후광이 비치고 배경에 동물들이 있는 걸로 보아 장소도 마구간이다.


Agony (Death Struggle) / 에곤 쉴레


마가렛 스톤보로 비트겐슈타인 / 구스타프 클림트


쭈그린 여인 / 로댕


왈츠 / 까미유 끌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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