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렌터카 여행 35 - 13일 차 11월 10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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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 피나코텍에서 나와 점심을 먹고 이번엔 레지덴츠로 향했다. 레지덴츠는 바이에른 주의 군주 비텔스바흐 Wittelsbach 가문의 옛 왕궁이다. 이전 여행기에 등장했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루드비히 2세, 알테 피나코텍을 건축하도록 명령한 루드비히 1세가 모두 비텔스바흐 가문의 사람들이다. 비텔스바흐 가문은 독일의 팔츠와 바이에른을 지배했던 가문으로 장신의 미남, 미녀가 많기로 유명하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루드비히 2세도 190cm에 달하는 키와 잘생긴 얼굴로 유럽의 꽃미남 왕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광인이 되어 신하들에 의해 폐위되고 의문의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이 가문의 다른 유명인 엘리자베트 여공작도 170cm가 넘는 키에 50kg이 안 되는 모델 같은 몸매에 아주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지만 역시나 무정부주의자의 암살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녀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몸매에 집착하여 평생을 섭식장애에 시달렸으며 외모를 꾸미는 데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다고 한다. 뮤지컬 '엘리사벳'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넷플릭스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를 보시길. 비텔스바흐 가문은 대대로 장신과 미모를 물려받았으나 더불어 정신질환도 앓았던 것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부감으로 찍힌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레지덴츠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독일에서 가장 큰 도시 궁전으로 10개의 안뜰과 130개의 방이 있다. 나는 20년 전에도 왔었는데 그때와는 사뭇 다른 감상이 남아 시간이 흐르며 나의 가치관이 얼마나 변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레지덴츠 박물관과 보석들이 장식되어 있는 보석의 방(Schatzkammer)이 있는데 둘 다 볼 계획이라면 콤비 티켓(15유로)을 구입하시길. 우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 방문 때 Mehrtageskarte 여러 날 티켓(https://brunch.co.kr/@pfminji/38 참조)을 구입했기에 입장권만 발권받아서 들어갔다.
내가 스물셋에 뮌헨 레지덴츠를 방문했을 때는 이 모든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의 방들이 다 그저 멋있고 감탄을 자아냈으며 200여 년 전 황금을 두른 이 궁전에서의 왕과 왕비의 삶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마흔셋이 되어 다시오니 모든 것이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 전염병과 가난과 싸우며 살았던 백성들의 피 같은 세금을 받아 왕과 귀족들은 이렇게 불필요하게 호화롭게 살았던 것 아닌가. 소득을 재분배하자는 주장은 어찌 보면 위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소득 재분배를 통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누구나 다 사람답게 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유럽은 까마득한 옛날 조상들이 지어놓은 궁전과 성당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 시절에 살고 있던 백성들이 가난에 허덕이며 궁전을 짓기 위한 세금을 낼 때 몇 백 년 뒤 나의 후손이 이 궁전으로 먹고 살 일자리를 얻게 될 테니 괜찮아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아름답다고 느껴지기엔 정말 Too Much여서 질릴 정도였고 아이들도 너무 재미없어해서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 심지어 아이들은 다시는 성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