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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Jan 15. 2021

학예사들과

학예사들이 새로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들은  학예사들이 진행하다  레이저 아트 전시부터 하늘길의 미디어아트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불교미술전등을 준비한다. 나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가 빛나도록 고민을 한다. 며칠 전 다른 곳으로 이직한 학예사와 연락이 되었다. 보통 퇴사를 하면 전임자와 새로 온 분들이 모르기 때문에 자료도  못 찾고 일의 진행이 안되면 무조건 전임자들이 인계를 잘못해서 전임자들의 잘못이 되고 전임자 팽계를 되는 게 보통의 경험이다.   학예사가 나에게 자기들 욕하냐고, 자기들과 새로 온 분들과 비교하냐고 물어본다. 현재 분위기는 새로 하려고 그런지 전에 뭐했네 뭐가 잘못했네 그런 비교나 욕보다는 일이 많아  일에 집중한다고 대답을 해줬다.
현재  학예실은 재미있는 분들이 모인 거 같다. 실장, 학예사 2, 학예연구원 1명으로 구성된  분들은 저마다의 역할분담과 함께 각자 자신의 일에 몰두하지만 하나의 일을 위해 다 같이 협력하고  흩어지고 일을 유기적으로 하려고 한다. 내내 대화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시간에도 내내 붙어서 얘기하고 아침부터 퇴근까지 항상 얘기를 한다. 상설전시실도 같이 가서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작가와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으면 서로 대신 이야기를 해주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고 윗분들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려는 느낌도 그렇고... 나에게도 수시로 물어보러 왔고 진행사항을 전달해 주고 메일을 포워딩해주고 아직까지는 기존에 있던 직원분들과 새로 온 분들과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단계이지만 그래도 안심이 된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스타일이 안 맞으면 어쩌나?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하면 어떡하나?  낯을 가리기 때문에 성격이 가시 같거나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과  하는 걸 무지 힘들어 스타일이다. 그래서  학예실이 구성이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출근하는 날 얼굴은 웃으며 인사를 했지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떨어져서 쭈볏쭈볏 거렸다. 그런데 지금은  안정이 되었다. 새로운 분들께 고맙다.
 
큰 눈이 내렸다. 나의 관심사는 하늘광장과 하늘길이다. 눈이 정말 예쁘게 내렸다. 짐벌을 들고 여기저기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눈사람이 만들고 싶었다. 눈 오리도 만들고 싶고 만들 수는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정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어떻게 가느냐는 다음 문제였다. 온전히 눈이 내리며 쌓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일부러 커피도 들고 가서 눈 오는 모습을 보며 마셔보고, 겨울 노래도 틀어보고...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화팀에서 제설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나도 가래를 들고 눈을 밀고 쓸었다. 그래도  눈 속에 마음속에 간직했으니 좋았다. 다음날이 밝았다. 누군가 하늘광장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미화 어머님들께서 새벽에 출근하셔서 만드신 거 같다.
"멋쟁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왜 이리 시끄러울까?
연초라 그런가? 행정실은 상급기관의 감사 준비로 날카로워져 있고 학예실은 기존 전시 마무리와  전시 준비로 산만해져 있고,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도 연초라서 그런가?  이리 많은지....
 지금 이어폰을 끼고 있다. 그런데 들을 음악이 없다. 그냥 귀에 꽂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주는 듯하다.
혹시  스스로가 뭔가 불편한가?
요즘 날씨가 열흘 정도 무척 추웠다가 풀렸다. 휴관 중인 박물관도 여기저기서 동파에 의한 하자보수가 있다. 외부 건설사에서 와서 연일 망치로 두들기고 고치고, 박물관 자체가 관람객으로 꽉 차 있는 소리는 어수선하지 않고 좋다. 그런데 우리들만의 부스럭 거리는 몸부림 소리는 무지하게 시끄럽다.
바이러스가 안정이 되어서 박물관 문을 빨리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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