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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Jan 31. 2021

검은 기둥

옥상 공원이 있다. 이전에 이곳은 노숙자 분들이 한때 많이 머물던 곳이었다. 현재는 공원이 새로 정비가 되어 있어 월계수 나무(아마도 근처에 손기정 선생님을 기념하는 곳이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로 이곳에 심은듯하다. 선생님께서는 일제강점기에 독일 베를린에서 금메달을 따셨고 그때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상을 받으셨다 한다.)와 화살나무, 그리고 여러 조경이 잘 어울려지게 꾸며져 있다. 사계절을 지켜보았는데 이 공원처럼 관리가 잘되는 곳도 없을 정도로 공원 관리지기가 사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존경심이 마구 들도록 관리를 잘하신다. 공원과 박물관은 지자체의 공원녹지과와 문화관광과가 따로 접촉을 하기 때문에 서로 잘 모른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온 동네 아이들의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잔디밭이 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반려견들과 달리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잔디밭 위에서 공을 차다 보면 중간에 유리로 된 평평한 판이 있다. 그 유리 안을 들여다보면 유리 안 끝에 빛이 보인다. 그리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상 같은 게 보인다. 바로 박물관 지하 3층에 통으로 빛이 들어가도록 만든 건축조형물이다.
그 빛을 보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지하 1층 지하 2층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위로의 공간 안에 검은 기둥이 있다. 지상에서 내려오는 빛이 이 기둥을 통해 단상을 비추인다. 이곳은 무덤이다. 그 옛날 조선시대 후기에는 유학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와 정치적인 이유, 그리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사형을 행했다. 사형을 집행하기 좋은 장소로 이곳 지상공원이 선택이 되었다. 이곳은 예전에 ‘덩굴내’라는 천이 흐르고 있고 그 앞 모래사장을 끼고 많은 난전이 성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가 활발한 이 곳은 나라에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소로 선택이 되어 사형이나 효수를 하였다. 우리 박물관은 그 자리에 세워졌다.
지상공원은 사형의 장소로 뚜께 우물 및 현양탑을 세워 기억하였고 지하는 그들의 안식처인 무덤을 재현하였다. 이 무덤에는 현재 1980년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안겨진 가톨릭 성인 6분이 안치되어 있다.
기둥 옆으로 사면의 영상을 그들에게 헌정하는 영상 미디어를 만들었다. 이미 만들어진 미디어에 더해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 영상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난 정선의 '금강산 내산 전도' 영상을 특히 좋아한다. 아마도 이 땅에서 고난을 받은 저분들이 조선 땅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금강산이 아니었을까? 하는 콘셉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며 가야금 소리에 한없이 앉아 있기도 한다.
단상 아래에는 덩굴내가 흐른다. 이 덩굴내는 하늘광장으로 흘러간다.



 

마음이 삐둘어졌는지 그림이 삐뚤어졌다. 지난번에 지하 3층을 그린 그림이 있어서 이번에는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표현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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