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출근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일단 평소보다 좀 늦게 일어나도 된다. 오늘 아침에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버틸 때까지 버티다 굼벵이처럼 기어서 화장실에 갔다.
양치를 하면서 밤새 해외에서 활동하는 축구선수들이 골을 넣었나 휴대폰을 보고 밤새 게임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물론 웹툰의 업데이트 여부도...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 짝지는 나 밥, 도시락 걱정하지 말고 이불속에서 행복한 꿈 꾸라고 나오지 말라고 방문을 닫아버린다.
옷을 주섬 주섬 입고 떠꺼머리총각처럼 머리가 흐트러진 채 계단을 내려 버스를 타러 '터벅, 터벅!' 걷는다. 버스가 오면 평소와 다르게 두 자리를 차지한다. 일요일 아침 버스는 혼자 탈 때도 있다.
버스가 움직이면 며칠 사이 온 눈이 녹았는지 관악산을 바라보며 공상과학 영화처럼 아니 히어로 영화처럼 난 내가 히어로가 되어서 우주의 악당을 무찌르는 또는 억만장자가 되어서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해서 회 떠먹는 상상들을 하다 보면 사당역에 버스는 도착해 있다.
지하철을 타러 어슬렁어슬렁 내려가다 보면 몇 정거장 전에 당고개행이 온다는 표시판을 보고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한다.
지하철은 첫 번째 칸으로 가서 앉아 동작대교 지날 때 현충원과 한강의 아침 햇살을 보며 멀리 63 빌딩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를 통해 미세먼지가 많은지 적은 지를 구별한다. 오늘은 미세먼지 어플의 아이콘이 방독면을 쓰고 나올 듯싶다.
서울역에 내리면 바로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끌려 밖으로 나간다. 추우면 오뎅꼬치를 사 먹으며 국물을 후루륵.... 오늘은 안 추워서 패스!
서울로를 따라 걸으며 계절이 봄으로 가는구나를 느끼기 시작한다. 옥상공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노숙자 예수' 작품이 밤새 안녕한지, 밤새 누가 또 와서 막걸리 먹자고 했는지를 확인하고 진입로를 따라 행정실에 들어간다.
이렇게 게으름 피우고 왔는데도 50분이나 일찍 출근했다.
항상 오늘은 일찍 도착할 예정이니 그 남은 시간만큼 알차게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난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화장실 가기 전에 탕비실에서 손을 닦은 후 컵라면에 물을 붓고 뚜껑을 컵받침으로 밀봉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먼 화장실을 찾아간다. 행정실 안의 화장실 가는 방법은 킥보드를 타고 가는 방법과 걸어가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오늘은 걷고 싶었다. 킥보드를 뒤로 한채 화장실을 다녀오면 라면이 불어있다. 라면을 먹으면 다른 직원들이 와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결국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보았네! 어떤 연예인이 연애를 한다는 둥 세상사는 얘기를 한 후 다 같이 모여 조회를 간단히 한다. 박물관은 오픈을 앞두고 항상 전달사항이 있다. 오늘은 직원 몇 명 안되니 하루 잘 수고해 달란다.
난 도서관에 가서 불을 켜고 지하로 내려간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있는다.
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위 검은 기둥에서 빛이 내려온다. 따스한 빛이 내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추어 준다.
난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혼자 한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정리한다.
이 장소의 이름처럼 난 편안해진다.
일요일은 아침 출근이 여유로운 만큼 일도 여유롭게 한다. 왜냐면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리고 내일은 쉬는 휴관일이다.
금요일 같은 즐거움을... 하지만 더 여유로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