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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Feb 07. 2021

일요일 출근에 대한 즐거움

일요일 출근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일단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도 된다. 오늘 아침에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버틸 때까지 버티다 굼벵이처럼 기어서 화장실에 갔다.
양치를 하면서 밤새 해외에서 활동하는 축구선수들이 골을 넣었나 휴대폰을 보고 밤새 게임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물론 웹툰의 업데이트 여부도...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 짝지는  , 도시락 걱정하지 말고 이불속에서 행복한 꿈 꾸라고 나오지 말라고 방문을 닫아버린다.
옷을 주섬 주섬 입고 떠꺼머리총각처럼 머리가 흐트러진 채 계단을 내려 버스를 타러 '터벅, 터벅!' 걷는다. 버스가 오면 평소와 다르게 두 자리를 차지한다. 일요일 아침 버스는 혼자 탈 때도 있다.
버스가 움직이면 며칠 사이  눈이 녹았는지 관악산을 바라보며 공상과학 영화처럼 아니 히어로 영화처럼  내가 히어로가 되어서 우주의 악당을 무찌르는 또는 억만장자가 되어서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해서  떠먹는 상상들을 하다 보면 사당역에 버스는 도착해 있다.
지하철을 타러 어슬렁어슬렁 내려가다 보면 몇 정거장 전에 당고개행이 온다는 표시판을 보고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한다.
지하철은 첫 번째 칸으로 가서 앉아 동작대교 지날 때 현충원과 한강의 아침 햇살을 보며 멀리 63 빌딩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를 통해 미세먼지가 많은지 적은 지를 구별한다. 오늘은 미세먼지 어플의 아이콘이 방독면을 쓰고 나올 듯싶다.
서울역에 내리면 바로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세상   사람처럼 끌려 밖으로 나간다. 추우면 오뎅꼬치를 사 먹으며 국물을 후루륵.... 오늘은 안 추워서 패스!
서울로를 따라 걸으며 계절이 봄으로 가는구나를 느끼기 시작한다. 옥상공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노숙자 예수' 작품이 밤새 안녕한지, 밤새 누가  와서 막걸리 먹자고 했는지를 확인하고 진입로를 따라 행정실에 들어간다.
이렇게 게으름 피우고 왔는데도 50분이나 일찍 출근했다.
항상 오늘은 일찍 도착할 예정이니  남은 시간만큼 알차게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화장실 가기 전에 탕비실에서 손을 닦은  컵라면에 물을 붓고 뚜껑을 컵받침으로 밀봉한  전 세계에서 가장  화장실을 찾아간다. 행정실 안의 화장실 가는 방법은 킥보드를 타고 가는 방법과 걸어가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오늘은 걷고 싶었다. 킥보드를 뒤로 한채 화장실을 다녀오면 라면이 불어있다. 라면을 먹으면 다른 직원들이 와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결국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보았네! 어떤 연예인이 연애를 한다는  세상사는 얘기를 한 후 다 같이 모여 조회를 간단히 한다. 박물관은 오픈을 앞두고 항상 전달사항이 있다. 오늘은 직원 몇 명 안되니 하루  수고해 달란다.
 도서관에 가서 불을 켜고 지하로 내려간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있는다.
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검은 기둥에서 빛이 내려온다. 따스한 빛이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추어 준다.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혼자 한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정리한다.
 장소의 이름처럼  편안해진다.
 
일요일은 아침 출근이 여유로운 만큼 일도 여유롭게 한다. 왜냐면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리고 내일은 쉬는 휴관일이다.
금요일 같은 즐거움을... 하지만  여유로움을....

오늘은 점심시간에 앉아서 이 장소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맨날 오후에 회의나 일의 진행 때문에 점심시간을 즐길 수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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