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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Feb 10. 2021

정하상

박물관 입구에서 직진하다가 우측으로 돌아가면 계단 없이 유모차, 휠체어와 같이 바퀴 달린 이동수단이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약간의 경사길이 나온다. 물론 킥보드나 자전거등은 박물관 안에서 이용할 수 없다. 경사길을 가다 보면 '성 정하상 기념 경당'이 있다.
정하상은 누구인가? 누구인데 성(Saint)이 붙고 기념하는 장소가 있는가?
먼저 이 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하 3층 상설전시실의 정약용 가계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설전시실에 자세한 가계도가 있다. 이 가계도를 지난 상설전시 개편에 맞춰 아우야요 작가가 레터링을 하였다. 손으로 다시 그려 보았다.


남인이었던 정재원과 해남 윤 씨 사이에 곧 영화로 개봉하는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 '주교 요지'의 저자 정약종, 수원화성으로 유명한 정약용, 이 3형제 중 둘째 정약종과 유소사의 아들이다. 정하상은 임금에게 '상재 상서'를 올렸던 인물이다. 이 가족은 정약종이 신유박해로 돌아가셨고 정하상과 어머니 유소사, 누이 정정혜는 기해박해로 서소문에서 돌아가셨다. 지난번 글로 썼던 1984년 5월 여의도 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이 가족을 기리는 기념 경당이 이 곳 박물관에 있다.
정조대왕 사후 정순왕후가 정권을 잡기 위해 이루어진 박해들은 정약용의 가계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 씨 가문의 사돈관계로 당시 실학자인 이벽과 성호 이익의 가족들과 함께 수많은 순교자들이 이 가문에서 나왔다.
이 기념 경당 입구에 보면 세례자 요한을 모티브로 만든 성수 대가 있다. 그 옆으로 정하상 가족의 모습을 만든 갤러리가 있다. 경당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보이는 정말 소장하고 싶은 미니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이 오르간을 보면 골동품의 향기가 마구 마구 느껴진다. 일제강점기에 들여온 것으로 추측대는 이 오르간을 600만 원을 들여 수리하였다. 난 이 오르간 반주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절대음감도 아니고 그냥 음악 듣는 것만 아는 내가 느낄 정도다. 맑은 음이 나올 때도 있고 둔탁한 음이 나올 때도 있고 아마도 연주자의 마음을 대신하나? 암튼 피아노는 전혀 못 치지만 집에 장식으로 탐나는 소장하고 싶은 오르간이다.
그리고 이 곳 경당에는 조용히 머물다 가는 순례자들이 많다.
나도 조용히 앉아 이곳 경당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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