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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Feb 23. 2021

경사로

주말 근무 중에 들어온 지 얼만 안된 직원이 내가 박물관을 도는 데 따라붙었다.
그는 회사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웠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사실 내가 해줄 말은 하나도 없다. 그냥 들어주기만 하였다. 이런저런 있었던 얘기를 들으며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우연찮게 비상계단 쪽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뽀뽀하는 연인을 보고 내가 제지를 했다. 공공장소에서 그리고 박물관에서 그러지 말라고 말이다.
날 따라온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왜 키스하면 안돼요?"
순간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잘못 대답하면 내가 꼰대일 수 있나? 맞다! 왜? 박물관에서 뽀뽀나 애정행각 하면 안 되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돌았다.
그리고 난 이렇게 대답했다.
"부... 부럽잖아! 부러워서, 난 지금 못하니까!"
"아하, 그렇군요~"
 
난 요즘 박물관 구석구석을 스케치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 그림으로 표현한 이곳은 일반 내방객이 못 들어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곳은 내방객들이 박물관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경사로이다. 높으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은 내방객들이 못 보지만 재미있는 구도로 되어있다. 오른쪽 검은색 박스 안에서는 미디어 영상이 4면으로 가득하고 정면 빨간 벽돌 위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보인다. 실재로는 빛이 적게 들어와 밝지 않지만 그림으로는 환하게 그려보려 했다. 아무튼 이 경사로는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부분과 연결되어 있고 이 경사로에 연결된 장소만 해도 4개에 이른다.
박물관에 와서 이 경사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 건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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