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주의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바빠도 너무 바빠"
"힘들어"
"피곤해"
"잠이 모질라"
주말에 휴가를 냈다. 오랜만에 짝지랑 긴 산책을 하자고 약속을 하고 어딜 갈지 정하고 있었다. 나에게 사람들 없는 곳 찾아가는 봄 산책은 정말 기분 좋은 기다림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면 반전이라는 걸 이미 많은 분들이 알까?
그래, 결국 못 갔다.
그래, 결국 출근을 했다.
그래, 결국은 정말 예쁜 주말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 보냈다.
그래, 새로운 시안 만드는데 온 정신을 다 썼다.
그래, 계속 입안에 간식을 몰아넣었다.
그래, 단내가 났다.
오늘 그 봄 산책을 대신해 지상 공원에 올라 올라오는 새싹을 보며 달랬다.
다음부터는 외주를 준다고 해도 아니, 내가 참여하지 않는 전시라 해도 그 전시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내가 말하면 들어주는 업체를 선정해야겠다. 왜? 우리가 갑인데....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갑질이 아닌 우리가 돈 주는 업체인데... 쩔절매는지...................... 사실 학예실 소속이 아니라서 싸울 수도 없다.(이 업체는 내 노트에 적어 놓았다. 다시는 함께 하지 않을 거다. 미술위원이든 누구든 뭐라 해도 말이다.)
산책을 길게 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가장 긴 출입구 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 길에는 '월락재천수상지진'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있고, 물은 솟구쳐도 연못에서 다한다.(일부러 누가 밀했는지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겠다. 말의 뜻에 대해서도 서로가 생각하는 게 다르니 말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ㅅㅅㅁ이라는 로고가 적혀 있다. 가운데 'ㅅ'은 서로 이어져 있지 않고 떨어져 있다. 이곳의 지역성과 역사성이 이 로고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로고를 내가 재해석해서 입사 초기에 그렸다. 그게 지금 현재 박물관의 서브 로고가 되어있다.
이 길을 따라 지상공원에 올라가면 염천교를 지나 서울역으로 가는 빠른 길이다. 이 길을 따라 빠르게 서울역에 도착해 4호선 타고 그냥 집에 빠르게 가고 싶다.....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