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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Mar 26. 2021

아듀! 난민 복서

박물관의 지상공원에는 '노숙자 예수'상이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 아버지께서 박물관에 찾아오셨다. 그리고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 매일 이 상 앞에 와서 잘 돌봐드리라고 말이다.

난 그 이후 출근하는 날은 쉬지 않고 '노숙자 예수' 상을 보러 갔다. 어느 날에는 노숙인들에게 막걸리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물건으로 오염도 되었다. 그런데 지난겨울부터일 거다. 해코지당하는 '노숙자 예수' 상이 아니라 감사의 인사를 하러 매일 찾아오는 노숙인들이 생겼다. 정말 춥던 겨울 어느 날 뜯지 않은 핫 팻부터 새 목도리 새 양말 등 다양한 방한제품들이 '노숙자 예수' 상 벤치 발 옆에 누군가에 의해 놓여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노숙인들에게 발견이 되었다.

이 제품들은 인근 노숙인들에게 따스함의 선물이었다.

   값도 놓여져 있을 때도 있고 도시락도 여져 있을 때도 있고...


바로 그 밑으로 내려오면 지하 1층 박물관 입구에 복서가 서있다. '어느 난민 복서를 향한 시선'이다.

거대한 크기의 이 작품을 보고 박물관에 놀러 온 어린 친구들이 울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난민법이 생기고 나서 난민의 지위를 받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 파이터가 있었다. 이 친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다. 편견으로 인한 상처와 인종차별적인 행태는 많은 난민이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이 힘들게 살고 있는지 그 힘듬을 알리기 위한 작품이다.

박물관이 처음으로 개관할 때 '한국 현대조각의 단면'이라는 주제도 특별 전시가 열렸다. 이때 들어온 이 작품이 이번 '현대불교' 특별 전시 때문에 박물관을 떠난다.

이 친구는 눌려 있다. 호떡을 잘 익게 하기 위해서 누르듯이 눌러져 있다. 이는 보는 각도에 따라 앞에서 보면 거대하고 옆에서 보면 왜소하다. 이 작품은 소외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과 주목해야 할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지상의 '노숙자 예수' 상과 '어느 난민 복서를 향한 시선'은 잘 어울리는 동지였는데....

이제 이 친구가 떠난다.

그래서 내가 추억의 의미로 아우야요의 그림 안에 아카이빙을 한다.

내 안의 큰 작품이기 때문이다.

 

"잘 가시오~~~~~~~~~~"

“박물관에서는 아듀! 지만 다른 자리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자!”

 

그림 안에 보면 아우야요 작가의 책 '우리가 손잡으면'이 있다. ㅎㅎㅎㅎ 그리고 두 번째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뽀뽀 뽀뽀'가 있다.

원래 이 그림틀 안에는 박물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에 대한 포스터가 게재된다.

지난번에 그렸던 진입광장이 있다. 거기서 박물관 실내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난민 복서'를 보고 들어가면 온도 측정과 큐알 체크인을 하게 된다. 그 다음은 박물관에서 마음껏 즐기면 된다. 단 음료수나 음식들은 먹지 못하고 마스크도 벗으면 안 된다. 사진은 찍어도 되지만 상업적인 사진은 안된다. 물론 삼각대도 안된다.

 

어떤 작품이 '난민 복서' 자리에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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