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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Jul 20. 2021

정시 퇴근


18시 정시 퇴근을 했다. 재빠르게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18시 25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천안행 급행열차가 나를 기다렸다. 앉아갔다. 서울역, 금천구청역, 안양역, 군포역, 의왕역, 성균관대역, 수원역(이다음은 모른다.) 이렇게 서기 때문에 엄청 빠르게 수원에 도착했다. (이 급행은 사실 몰랐다. 젊은 회사 동료가 안양으로 이사 가면서 이리저리 정보를 알아보고 나에게도 알려주었다. 이렇게 빠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차비도 1,000원이나 절약되는데… 역시 늙어서 정보에 약하다.) 그러고 나서 난 한 시간 넘게 집까지 걸어갔다. 일부러 걸어가는 길에 수원화성 팔달문에서 지동시장 뒤쪽 성곽을 탔다. 그리고 연무대가 보이는 창룡문에 도착했다.

초록이 아주 예쁜 창룡문을 바라보면 마치 여행을 온 듯 여유를 찾는다. 한참을 초록색을 바라보다가 소나기가 쏟아졌다.


다 젖었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무지개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창룡문 광장은 연 날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난 혼자 비에 쫄딱 젖고 그 많던 사람들은 연과 함께 사라졌다.

내가 늙어서 그래 ㅜㅠ


 장소도 새로 그리고픈 그림책의 배경이다.  쉬는 날  초록광장에 자주 갔다. 여행 온 듯한  장소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휴가를 나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좀 억울했다. 원망도 기분 상함도 그리고 그동안 바이러스에 안 걸리려고 보고픈 친구들도 최대한 안 만났는데…..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연신 미안하다고 전하는 회사 동료를 보니 짠하기도 하고…

큰누나의 남편  매형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난리가 났지만 보름 동안 치료하면서 술도 끊고 담배도  피고 잠도 많이 자고 프로그램 알바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결혼 20 동안 처음으로 큰누나 잔소리 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서  행복해 보였다.

회사 동료도 ‘쉼이 필요했겠지!’라고 강제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난 일주일에 이틀은 쉬어야 했기에 오늘 쉰다.

새벽에 일어나 겉옷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로 방바닥 한번 밀고 그림을 그리다가 속옷 빨래를 다시 돌리고 그림 그린다.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다. 교재 인쇄를 어떻게 한다는 ,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냐는 , 이러쿵저러쿵….. 차라리 출근할걸….


신기하게도 난 소나기가 내릴때 피할곳이 없었는데 그 수많던 연날리던 사람들은 어디로 피했을까? 요즘 해가 길어 다시 쨍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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