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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Dec 05. 2021

오랜 친구

아침에 문자 한 통이 왔다.

'11시 반 즈음에 도착할 것 같음'

오래된 친구가 있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친구라고 소개했다. 이 분은 조선시대 한자를 요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업으로 사신다.

집에 방문을 하면 온갖 옛 물건으로 전시를 해놓았다. 특히 옛날 도장 모으는데 커다란 열정을 가진 분이다.

코로나로 자주 못 본 2년 동안 먼저 연락하고 내 안부를 끊임없이 응원해줬다.

1400년대 초반의 러시아 그림이 들어왔다는 나의 말 한마디에 찾아왔다.

아들이 이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출근을 시작했다고 나를 보자마자 자랑을 했다.

회사 동료들에게도 친구라고 소개했다. 동료들이 어떻게 친구냐고 의아해했다. 나와 이 분은 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난다. 사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술도 잘 못한다. 그런데 왜 친구냐? 그냥 친구다. 친구가 뭐... 그냥 맘 통하고 만나면 좋고 즐거우면 친구지...ㅎ


그는 연신 감탄을 했다. 나뭇결부터 15세기의 느낌 가득한 작품에 매료되어 한참을 쳐다봤다. 이 작품 저작품 감탄의 연속이다.


그가 방문한 시각... 지하주차장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승용차를 급히 세웠다. 차에서는 연기가 났다. 그런데 그는 그냥 박물관 앞의 결혼식장에 갔다. 그리고 자동차는 불길에 휩싸였다.

그리고 박물관에는

"애~~~~~~~~~~~~~~~~~~~앵! 대피하십시오~~~~~~~~~~~~~~~~~~~~~"


난 추위에 아랑곳없이 주차장 입구에서 내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내를 했다.

초기에 청소반장님과 시설팀 주임님께서 소화기를 들고 내려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끄기 시작하였고 이어서 도착한 119 소방관들이 진화를 했다.

유독가스에 의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내방객들 출입을 통제했다.

결국 공조기를 통한 환기 시트템에 의해 안전하게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다. 정말 많은 경찰관과 소방관들 그리고 침착한 직원들이 큰일을 했다.

그리고 난 상황 정리가 된 후 박물관 안에서 열심히 러시아 미술품을 보고 있는 그 친구를 위해 50년 된 서울식 설렁탕집에 갔다.

내가 긴장이 풀리자 추위가 몰려왔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보고 좋다고 해서 왔다.

이 집.... 우리 아버지 오시면 모시고 가는... 저녁에 친한 지인과 자주 수육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오래된 서울식 설렁탕 맛집.... 내 추위를 풀어줬다.

식사를 마친 후 그는 상설전시장에 내려가 혼자서 조선시대 유물들을 보며 혼자 해석하고 즐기고 돌아갔다.

내년에 봅시다.

박물관에서 나와 쌍탑아파트를 지나 길을 건너면 내가 잘 가는 집 두곳이 있다.
50년된 설렁탕을 그려보려했다. 엇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먹으면 아무맛이 안난다. 그런데 그게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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