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NFT 사이트에 올릴 그림들을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집 앞 새로 생긴 마트에서 신나게 인형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날이 풀려서인지 동네 꼬맹이들이 나와 따라 춤을 췄다.
난 웃으며 아이들 사이를 지나 수원화성 장안문으로 향했다. 장안문을 지나 정말 싫어하는 커피숖 앞을 지나가지 않기 위해 바로 성벽을 탔다. 그 커피숖 얘기를 잠깐 하자면 남자 화장실이 없다. 젠더 문제가 아닌 서비스의 문제다. 전에 방문했을 때 나보고 나가서 해결하라 해서 황당했다. 그런데 그 집은 장사가 잘돼서 인근에 3호점까지 냈다. 남자 손님을 받지 말던가, 남자 아르바이트생도 있던데…
아무튼 성벽을 따라 화서문을 지나 언덕을 올랐다. 서장대 아래에서 탁 트인 수원시내를 보고 팔달문 앞으로 내려왔다.
단골 미용실에 들어갔다. 예약도 안 했고 매번 선생님이 바뀌어도 상관없었다.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펌을 해달라 했다. 매번 설득당해서 가볍게 펌을 했는데, 이번에는 단호하게 정말 뽀글거리게, 라면땅처럼 해달라고 했다. 디자이너 선생님 두 분이 내 머리를 말았다.
잠이 와서 졸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말 걸어서 깼다. 그리고 몇 분 후 다른 선생님께서 왜 안 주무시냐고 물어봤다. 대답을 안 했다.
지루한 시간이 갔다. 미용실에서 핸드폰 보기도 그렇고… 졸다 깨다 졸다 깨다 몇 시간이 지난 후 머리 세척을 끝으로 나왔다.
껌껌한 밤이다.
맛난 초밥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술 마시기 싫어 우동 집에 들어갔다.
후르룩 마시듯이 먹고 닭 골목을 지나 창룡문을 향해 성벽을 탔다. 성벽의 가로등이라 해야 하나? 암튼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아름다웠다.
기분 좋게 걷다가 아침에 본 드라마 촬영 장소가 여기인가? 저기인가? 찾아보며 걸었다. 여주인공이 앉아있던 장소도 찾아보고 남주인공이 누웠던 장소도 찾아보고…
집에 왔다.
샤워하고 나왔는데 몸이 으실거린다.
외출이 이리 오래 걸릴지 모르고 얇게 입고 나간 게 탈이난 듯하다.
그래도 다음날 짝지가 출근 전 먹을 아침을 준비해놓고 보일러 켜고 누웠다.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