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우야요 Feb 25. 2023

난 그림책을 이렇게 만들었다.

난 그림책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리고픈 이야기가 생겼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스토리를 그렸다.

스토리에 맞는 캐릭터를 고민하고 어떤 배경이 어울릴까? 생각하고 질감에 따른 물감의 느낌을 선택했다.

일단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그 안에 페이지 배열을 먼저 하고 그 배열 안에 러프스케치를 하고 전체 쪽의 느낌을 본다는 뜻이다.

이내 캐릭터를 그리며 색을 칠했다.

16쪽이든 32쪽이든 일단 그림책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봤다. 그리고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다시 그리고 페이지 넣을 것을 넣고 뺄 것은 빼고 매일같이 만든 이야기 안에서 살았다.

편집디자이너 출신이고 배열에 대한 일을 엄청 오래 해서 인지 쪽수를 정확하게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

A 출판사 대표가 나의 작업을 보면서 한마디 했다. 왜 그리도 힘들게 작업을 하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표의 말은 글을 다 완성하고, 그 글 안에는 플롯이랑 이야기 대사를 완벽하게 만든 후 그림을 그리면 된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난 그렇게 안되었다. 플롯을 만드는 힘도 약했고 무엇보다 그들이 말하는 전통적인 서사구조에 맞춰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데 내가 못나서인지 잘 안되었다.

스토리를 잘 쓰는 책도 사서보고 엄청 두꺼운 전설의 이야기로 서사구조를 짜는 책도 빌려보고 했지만 잘 모르겠다.

난 이야기를 만들면 바로 그림으로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고 일단 그려봤다. 내 이야기는 그래서 그런지 오래 걸렸다.

<우리가 손잡으면>, <점점점> 두 권의 책도 완성하는데 4년, 5년이 걸렸다. 지금 한참 그리고 있는 이야기도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나의 서랍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그림책도 몇 년 동안 새로운 줄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손잡으면>, <점점점>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전통적인 그들의 방식이 아닌 아우야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리고 수정하고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편집을 달리하며 수정하고 해서 엄청 오래 걸려서 두 권을 출간하였다. 하지만 A 출판사 대표는 나에게 쓴소리를 했다. 발전이 없다고, 자신이 말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완벽한 글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이렇게 안 하니 이야기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때는 스트레스를 받아 완벽한 글을 쓰는 스토리작가의 이야기를 받아 그림책을 그려보고 싶었다. 물론 앞으로 그런 기회가 되면 그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없다. 아는 분도 없고 아는 작가도 없고 어떤 섭외도 없다.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그림책 만드는 작업을 잘 못해서 인지 현재 내가 하는 방식이 나에게 최선이다. 물론 잘못된 방향일 수도 있고 그림을 엄청 그렸다가 지우고 그렸다가 지우고 하는 방식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대학을 졸업한 다른 그림책 작가들은 어릴 적부터 많은 그림을 그렸고 난 지금 그들이 어릴 적 그렸던 그림 양을 아직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이 그릴 시간을 내 그림책을 수정하면서 만들고 있다.

이번에 작업하는 그림책을 A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에게 얼마 전에 또 보여줬다. 이번에도 그는 앞뒤 이야기가 안 맞는다고 그림도 탁하다고... 아마도 A 출판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에둘러하는 듯한 모습에 표현은 안 했지만 살짝 화가 났다. 일부러 출간을 해달라고 만난 것도 아니고 술자리에서 자연스레 만났다. 그리고 '난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립니다!'라고 난 잘한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이야기도 좋고 그림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도 있어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곧 보여준 일을 후회했다. 상처만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로 말고 그냥 아는 출판사로만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나를 좋아하고 내가 잘되기를 바라서 그러셨겠지만 마음의 상처만...

사실 그림책을 다 그렸어도 내용에 맞는 출판사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큰 출판사이든 작은 출판사이든 자기들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출판사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맞는 출판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대미지가 크다. 선뜻 누구에게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어떤 작가님이 박물관에 찾아왔다. 그리고 내 그림원고를 보시고 우셨다. 자기 이야기 같다고... 감동했다고...

그런데 왜 나는 아직도 창피하고 남에게 원고를 보여주기가 힘들까?

아직 활동을 못하겠다.


3년 전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만난 B 출판사가 있다. 이 출판사는 나의 여러 그림책을 보고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세상을 다 얻은듯한 기쁨과 그림책 작가가 된다는 설렘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첫 번째 책이 다른 출판사서 먼저 나왔다. 그리고 세상은 코로나19라는 블랙홀에 빠졌다. 그리고 B 출판사와 계약된 책은 모두의 힘듦과 같이 기약 없이 밀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책은 계속 나오는데   B 출판사와 계약된 책은 나오지 않았다. 난 왜 안 나오는지 묻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모든 산업을 힘들게 하고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했기 때문이다.

기다렸다.

작년 여러 출판사 대표들과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B 출판사 대표가 나에게 올해는 출간을 하자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다. 기뻤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현재 올해 언제 정도에 계획을 하는지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르겠단다.

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아직 출간 계획이 안 잡혔다는 뜻이죠?"

대답이 없으셨다.

그래서 편하게 생각하시라고 대신 내지 않으셔도 되니 정확하게 의사만 말해달라고 했다. 고개만 끄덕이셨다.

만약에 정확하게 '출간 안 합니다!'라고 말해주면 다른 콘텐츠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화가 났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이야기는 아무도 못 본채 컴컴한 서랍 속에 들어가 있다.

3년 전에 계약을 안 했으면 이미 다른 출판사를 찾아다녔을 것이고 다른 플랫폼을 통해 세상의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을지도 몰랐는데....

어찌 되었건 '출판계는 책이 인쇄소에 들어가 인쇄가 시작되어야지 출간이 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