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우물 파주는 사회복지 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아프리카 우간다 (와키소 지역의 칼리티 마을) 식수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모금을 한다고 재능기부를 해 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다.
예전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인간이 장수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물'을 중요하게 여겼다.
먹는 식수가 좋아지면서 사람들 몸이 좋아지고 활기가 넘쳐서 수명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후 과거에 비해 삶이 윤택해진 우리 사회는 연예인들의 해외봉사, 정부 주도로 하는 해외봉사를 통해 열악한 지역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물을 길어 가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고 얼마나 물이 부족해 힘들어하는지....
어릴 적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었다. 자연스레 사람과 사람이 돕고 사람과 사람이 정들고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사는 이야기를 했던 젊은 날, 그 시절 내 친구들의 영향으로 언젠가 돈을 벌면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서 지역에 봉헌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가 살던 나의 삶은 여유롭지도 않고 팍팍하기만 했다. 오히려 내 마음이 메말라 내 마음의 우물에는 더 이상 지하수가 나오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작년 어느 날 박물관에서는 '생명을 잇다'라는 기금마련 대관전시를 했다. 전시의 주체는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사회단체였다. 박물관에서는 사회봉사 서비스로 사회단체에 전시장소 및 전시디자인등을 제공해 주었다.
나는 전시가 아름답게 보이고 많은 분들이 편하게 관람하게 하기 위한, 그리고 주 목적인 기부에 대한 디자인도 고민했었다.
전시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인연이 생겼다. 그들은 아우야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아우야요그림책 중 글 없는 그림만으로 읽을 수 있는 <점점점>을 대량 구매했다. 아우야요 작가는 많은 책을 사인하면서 <점점점> 인세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전달하였다. 어릴 적 가졌던 생각을 떠올렸다. 메말랐던 내 마음 속 우물에서 다시 물을 발견하고 그 물을 퍼 올렸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우물 파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해가 지나 얼마 전 그림으로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정말 갑작스러운 연락이었고 시간도 없었다. 고민을 했다.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보았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잘 그리지도 못해도 TV에 기금마련 광고처럼 불쌍한 모습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단체에서 보내온 참고 사진을 보다가 물이 나오는데 미묘하게 웃는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난 그냥 그 친구의 미소를 보며 내 나름의 상상을 했다. 미묘한 웃음의 의미가 뭘까? 그리고 난 아우야요그림책 <우리가 손잡으면> 일어날 멋진 마법에 대해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