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by 아우야요

나는 걷기를 좋아해!

오늘 오후에 나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러 우리 동네 저수지 만석공원에 갔어. 천천히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데 멀리서 음악을 크게 틀고 춤추시는 분들이 있더라고.

걷다 보니 찬송가를 들으며 걷는 어르신, 최신 댄스곡을 틀고 뛰는 러너, 교향곡을 틀고 강아지 유모차를 끄는 아주머니,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스피커 볼륨을 올리고 걸어.

사실 만석공원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싸여있어. 그래서 조용하지가 않아. 선거철에는 모든 선거운동원이 모이고 날 좋은 날은 인근회사 운동회, 가수 초청공연, 버스킹 그리고 매일 밤 9시만 되면 화려한 음악과 함께 분수쇼를 해!

이 공원에는 뱀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맹꽁이가 참 많아. 그런데 하두 시끄러우니 맹꽁이가 이사 가나 봐.

평상이 참 많아. 소풍 오는 인근 주민을 위해 설치해 두었어. 고양이는 평상마다 자리 차지하고 캣맘들의 먹이를 기다려.

옆동네 저수지에는 백조가 왔대. 그리고 각종 오리들이 와서 놀아. 하지만 이 만석공원은 가마우지랑 텃새가 된 오리 몇 마리만 있어. 시끄러워서 철새들이 오지 않는 저수지야.

조선시대 생긴 저수지라 오래된 나무들이 좀 있지. 요 며칠 멋진 자태를 보이더니 오늘은 잎사귀가 거의 없네. 밟고 싶지만 거리에 낙엽은 다 치워져 있어.


남무.jpg

이 삽화는 예전 어느 박물관에서 아우야요에게 의뢰한 삽화 안의 잎 다 떨어진 나무야. '콩쥐팥쥐' 이야기를 통해 조상들의 물건들을 일러스트로 그렸어.

내일 비가 온대. 그래서 찾은 그림이 이 나무야. 비가 오면 그나마 남아있던 잎사귀는 다 사라지겠지?

주변에 아무 장치도 없이 나무만 놓고 보니 외로워 보인다.

오늘 만석공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정작 자연과는 분리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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