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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Jan 27. 2020

일상 속 박물관 그리기

근무


박물관은 빨간 날 일을 한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에 쉰다. 그런데 갑자기 예외가 되었다.

설 명절 연휴 기간 중 설날 당일만 쉬고 월요일이 대체휴일이라 일을 한다.(사실 공지가 미리 되었으면 이해를 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공지했다고 한다. 내가 못들은 내가 죄지....)

이번 설 연휴는 그래서 난 처가에 가는 기쁨을 포기했다.

짝지에게 가장 미안하다. 내가 박물관에서 일하는 바람에 남들처럼 쉬지도 못하고....

더욱이 아직 만들어진지 1년이 안된 박물관이라 직원 수는 적고 전시를 보완해 나가는 작업으로 인해 휴가도 못 챙긴다.

짝지에게 미안하다.

오늘 연휴 마지막 날 월요일... 휴관이 아닌 박물관 문을 연 오늘, 난 내방객 한 명 없는 도서관에 앉아 혹시나 오실 내방객을 맞이하기 위해 앉아 있다. 갑자기 정해진 개관이라 봉사자를 연휴기간 구할 수도 없었다.

박물관의 특수성에 의해 내일 휴관할 수도 없고 다음 주 월요일은 새 전시의 시작이라 직원들은 오프닝을 준비하기 위해 출근을 한다.

언제 쉬냐고? 그냥 주 5일을 계산해서 알아서들 평일에 쉰다.

화요일을 제외한 평일....

사실 월요일 휴관이라 월화를 쉬면 좋은데.... 한주의 시작이 화요일이라고 쉬지 말란다. 결국 징검다리로 쉬다 보면 업무의 연속성이 깨진다.

박물관은 주 6일을 열어 놓기 때문에 쉬는 날 집에 있으면 전화가 온다.

봉사자들의 전화, 다른 팀원들의 전화, 거래처의 전화, 업무의 전화가 자주 온다.

요즘은 카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무를 공지한다.

결국 쉬는 날 집에서도 업무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안 봐도 상관은 없다. 쉬는 날이니.... 하지만 공지를 그리 하니... 쩝....

언젠가 이런 부분도 정리가 되겠지?


‘아직 초창기이니, 어쩔 수 없지...’

‘초창기이니 시행착오를....’

‘지은 지 얼마 안 되었으니 하자가....’

‘차차 만들어가면 되지....’


정말 나아질까?


난 박물관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하는 직업의 직종이 바뀌는 그런 경험을 한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학예사 중심의 박물관일까? 아니면 행정실 중심의 박물관일까?

우리 박물관은 좀 독특하다.

내가 속해 있는 팀만 작고 다른 팀들은 점점 더 커진다.

물론 난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 신사업에 대해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려고 어필을 한다.

그러나 그냥 어필일 뿐이다.

쉬지 못하고 내가 속한 팀의 역할이 점점 작아진다는 느낌이 자꾸 나를 흔든다.

결국 우리 팀은 흩어졌다. 내 자리는 학예사들과 설비팀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뒤에서는 학예사들이 디자인 적인 부분에 대해 묻고

전시에 대해 얘기를 한다.

옆에 설비팀은 나를 자꾸 불러내어 시설 점검을 시키려 한다.

디자인을 디자이너의 습성을 모르는 회사의 사정....

내가 속해있는 팀의 고유의 업무는 결국 별로 중요시되지 않는다.

도서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사서들은 노는 줄 알고, 도서관 봉사자들이 잘 운영하니 바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자인도 바로 지금 글을 주면 바로 무언가 결과물이 한 시간도 안 걸려 나오는 줄 안다.

열심히 디자인을 하면 기획이 바뀐다. 새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

“당연히 디자이너는 그냥 몇 번이고 바뀌어도 그냥 해야지!”

박물관 초기에 사무실 의자를 좋은걸 샀다. 바퀴도 있고 허리도 감싸주고 튼튼하고, 내가 갑자기 의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 전 집중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름 아이디어를 만들어 집중하는데 뒤에서 내가 앉아 있는데 내 의자를 끌고 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남의 자리로 4미터 정도는 끌려갔다.

거기서 “박 팀장!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지?”  단지 그 순간 자신들이 궁금한 걸 해결하기 위해 작업하는 사람을 끌어다가

난 순간 화가 너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일하는 건 중요치 않나? 결국 난 그 디자인을 버렸다.

모두가 당장 지금 바로 NOW 자신들 입장에서만....

지금 상당히 내 마음이 거칠다. 오늘 남들 다 가족들끼리 박물관 온 사람들을 보니 내 마음이 불편하다.

집에 있는 짝지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사랑한다 말 한마디 던지고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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