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우야요 Apr 18. 2020

상설전시

전시 개편

상설전시 개편

상설전시를 개편한다.
보통 상설전시라 하면 박물관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학예사들은 연구하고 유물을 선정하며, 때에 따라 구매를 진행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전시의 동선을 짠다.
난 이 상설전시 개편에 따른 전시 전체의 시각디자인 즉, 내방객들에게 정보의 전달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텍스트를 생성하고 위치를 잡고 통일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한다.
하루하루 배우면서도 도망치고 싶기도 하고 책임감 때문에 해야 하고 일이 밀림에 따라 주변 동료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텍스트 디자인을 위해 유물의 크기를 알고 전시대를 확인하는 일... 줄자를 차고 내려가 하나하나 체크하고 글씨 사이즈와 가독성을 위해 주 서체를 정하고 보조 서체와 영어 서체, 한문 서체들을 정한다.
작업을 하면서 학예사들과 파일을 주고받고 실모양으로 만들어 붙여보고 유물과 어울리는지 또 확인하고 하나 만들고 확인하고 하나 만들고 확인하고...
확인을 통해 디자인이 완성이 되면 일러스트 파일로 만들어서 인쇄소에 넘긴다. 인쇄소에서는 크기에 맞게 인쇄를 하고 기술자분들이 오셔서 한 땀 한 땀 텍스트판에 붙이신다. 이 작업이 무지 오래 걸린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기술자분들도 사람이라 평행을 못 맞추거나 글씨가 빠지거나 만들어진 글씨를 힘 조절을 못해서 좀 더 파거나 해서 글씨가 달라지거나, 가운데에 못 맞추거나... 그래서 학예사들은 현장 교정도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물의 크기에 맞게 디자인이 되어 있지만 현장에 유물을 거치해보면 디자인이 작거나 크거나 할 수가 있다. 그러면 다시 디자인을 해서 뽑아야 한다.



그런데..... 다 떠나서 집에 가고 싶다.
좀 쉬고 싶다.
현재 월화수목금토일 그리고 내일 월요일 또 나와서 일하게 생겼다.
너무 일이 많다~
도망가고 싶다~~~~~~
.

.

.

.

.


며칠이 지났다.
이제 상설전시의 막바지가 왔다.
사상의 바다...
오래된 미래....
전시디자인의 콘셉트이다.

사람이 바쁘면 매일 야근을 하고 책임감 있게 뭔가를 준비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바빠지니 갑자기 동료애를 찾는다.
학예실이 늦게 가니 다른 동료들도 다른 팀 분도 같이 늦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침에 다른 동료를 만나면 
“난 어제 몇 시까지 있었는데...”
“어제 일찍 갔더라~”
“우리 다 같이 동료 아니야?”

왜 다 같이 고생하고 남아야 할까?
저마다 자기만 고생하는 거 같은가?
아마도...

암튼 결국 마지막이다.
이제 끝이 보인다.
그동안 못 쉰 거 다 더해서 휴가도 가고 해야지...
그런데 바이러스 때문에 갈 곳이 없다.

상설전시는 사상사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민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증보산림경제’라는 책을 보았다.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는 이 서적에는 봄날 보릿고개 시절에 산에서 칡을 캐거나 장을 담그는 법, 쉽게 말해 먹고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설명한 책이라 한다.
그런데 한문으로 되어있다.
누구를 위한 책인 걸까? 아마도 양반사회의 붕괴가 시작되는 18세기, 그들 양반들 가난한 양반들을 위한 것인 걸까?
아니면 양반들도 양민과 함께 장도 담그고 하라고 해놓은 책인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기도설’ 이 책은 정조대왕께서 실학자인 이가환과 정약용에게 수원화성을 지으라 명령하였을 때 서양의 기술인 기중기 등을 설계해서 무거운 돌들을 나를 수 있게 한 책이다.
또한 가장 오래된 수학책등 실학자들의 실 생활에 필요한 재미난 책들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속 박물관 그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