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을 풀어본다.
첫 장면을 만들었다. 사실 이 장면은 나중에 삽입이 되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에서 보면 엄마의 힘듬이 표현이 되어야 할 듯했다. 첫 스케치는 엄마가 쓰러져 있는 느낌에서 아예 얼굴을 바닥에 박고 있는 모습이었다. 술을 취한 듯, 아니면 일에 지쳐 있는 모습이든 그건 보는 독자의 몫이었다. 일단 흐트러져 있는 모습이다.
이 장면에 대해 많은 분들이 말을 한다. 무섭다. 엄마가 너무 섹시해서 그림책에 안 어울린다.
그림책의 연령대가 몇 살이냐? 난 이런 피드백에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는 하나의 장면을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거기에 살을 붙이는 건 독자의 시선 같다. 섹시하면 섹시한대로 생각하고 무서우면 무서운대로 독자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주인공의 일기장을 본다,
침대 이불속에는 누군가 누워있다. 이 장면을 그리면서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의 방은 어찌 생겼나? 만일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방을 어떻게 꾸밀까를 고민하면서 작업을 하였다. 배경을 꽉 차게 그렸다가 시선처리의 답답함을 느껴 일부를 지우고 채색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 장면은 엄마가 운다. 왜 울까? 아이의 일기에 뭐가 있길래?
처음에는 엄마의 얼굴을 확대해서 표정의 변화를 만들어보려 하였다. 피곤한 얼굴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고 그러고 나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가려하였다. 그랬더니 그냥 술 취한 분의 주정으로 보일까 봐 아이방의 전체를 보여주고 엄마가 앉아있으면서 딸을 만져주려다가 마는 모습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림은 주 건물을 두고 밤과 낮의 시간차를 표현했다. 얼마나 흐른 걸까? 하루? 이틀? 그건 모른다. 어쩌면 엄마에게 아주 긴박한 시간을 다 보내고 여유가 왔을지도? 아이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왔을지도? 아니면 바로 그다음날일지도 모른다.
유나의 모습은 뾰로통 해져 있다. 그리고 어색하다. 토끼는 뒤로 빠져있다.
엄마는 출근길인지는 모르지만 외출을 하나 보다. 나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