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밉다.
다시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내가 있는 박물관은 코로나 이전에 하루에 1,000명 가량 관람객이 있었다. 그들은 하늘광장과 콘솔레이션 홀 상설전시 실, 그리고 숨어있는. 곳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등 많은 홍보를 해 주었다. 재개관 이후 300명 가까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관람객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난 가끔 층마다 그들의 반응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맨날 하는 말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 합니다.” 정말 말 더럽게 듣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안달인데... 마스크를 쓰라니.... 그들에게는 아마도 커다란 유혹일 것이다.
그래도 박물관에 오시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오는 사람이든 전시를 관람하고 매너를 지키며 다니신다. 아빠와 아들, 딸 엄마가 비가 오는 날 방문을 하였다. 아빠는 입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통과한 후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바로 마스크를 벗는다. 그리고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와 함께 작품을 쿡쿡 찌른다. 내가 그 광경을 보고 제지하였다. 그랬더니 아무 말도 없이 나를 피해 다른 층으로 갔다. 내가 쫓아가면 마스크를 쓰는 척하고 안 보이면 마스크를 벗고 작품에 손을 대고, 왜 그러는 걸까? 아이보는 앞에서...
박물관에는 도서관이 있다. 난 도서관 담당이다. 책을 만들어봤다는 이유 하나로 선임 과장님과 내가 맡았다. 처음에 들어올 책들과 도와줄 업체를 선정하고 인테리어 잘된 카페같이 생긴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드느라 무지 고생을 했다. 박물관 자체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이라 사인물 하나하나 놓는 것 까지 와서 참견하고 카페처럼 예쁜 도서관, 실용성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도서관을 만들기 바라는 분들이 좀 있었다. 하지만 과장님께서 뚝심 있게 밀고 가셔서 아름답기도 하고 실용적인 도서관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던 중 과장님께서 정년으로 인해 사직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휴관 된 박물관 도서관에 앉아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심을 하였다. 박물관 휴관이 끝나자마자 봉사자들을 모집하여 서가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더 실용적이면서 박물관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배치로 싹 다 바꾸었다. 지금 박물관도서관은 참으로 아름답고 실용적이다.
박물관 개관 1주년이 다가왔다. 우리는 1주년을 맞이하여 상설전시 개편과 동시에 홈페이지 개설, 유튜브 채널 오픈 등 다양한 시민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비록 바이러스로 인한 행사는 다 취소되었지만, 조금이나마 기념일을 보내기 위해 수건과 감사 카드와 같은 기념품을 준비하였다.
또한 기념품 샵, 뮤지엄 샵도 오픈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이태원 클럽에서 놀던 바이러스가 쿠팡의 빠른 배송을 타고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급하게 우리는 박물관 문을 딱 1년 되는 날 닫았다. 홈페이지에 긴급으로 휴관 팝업을 올리고 그나마 소소한 행사도 접고, 하이라이트인 박물관 주변 상인들에게 찾아가서 기념품 나누어 드리고 1년 동안 함께해서 감사했습니다. 라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냥 우리끼리 케이터링을 통해 차려진 밥상에 우리의 기념품만 살짝 올리고 우리끼리 밥 먹으며 우리끼리 축하를 한다. 1주년 참 사건도 많고 버라이어티한 박물관이었다고.....
박물관에 ‘휴관합니다.’ 사인물을 만들어 붙이고 있었다. 미디어 감독이신 교수님께서 찾아오셔서 내가 만든 감사 카드를 더 달라고 하셨다. 참 고급스럽게 잘 만들었다고, 간직하고 싶으시다고, 그나마 휴관하면서 맘이 좀 위로가 되었다.
다시 주말에 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한다. 바이러스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