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마음은 핑크와 노랑이... 가을 가을 하다
신생 박물관이라 큰 박물관에 비해 아직 인원이 많이 없다.
큰 박물관들은 직원이 많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를 하고 일부 직원들만 토일 근무를 선다고 한다. 우리는 월요일 휴관일에만 전 직원이 쉬고 토일 중 하루를 돌아가면서 쉰다.
처음 박물관이 개관할 때는 토요일 행사가 많아 다 나오고 일월 쉬거나 월화를 쉬었다. 처음에 평일에 쉬고 빨간 날 일하는 게 불편했지만 이내 남들 일할 때 쉬는 즐거움을 찾아서 여행을 간다던지 은행업무나 출판사에서 알바 등 여러 가지 평일에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좋았다. 이틀 연속으로 쉬는 건 큰 에너지 충전이었다. 그런데 회사의 최고 어르신 관장님께서 화요일에 출근을 하신다. 그리고 얼마 후 전 직원 화요일에 쉬지 말라고 공지가 내려왔다. 피곤한 방침이다. 월요일 빼고 6일 내내 집에서 쉬어도 회사 업무를 한다. 카톡방에 지시사항이 올라오고 쉬는 날 아침 늦잠 자고 있으면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전화가 오고.... 그래도 일요일 출근은 기분 좋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난 집이 멀다. 경기도민이다. 박물관은 서울 중구 서울역 옆에 있다. 평소에는 광역버스를 타고 사당에 와서 4호선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 출근을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는 길이 막혀도 사당까지 원하는 시간에 데려다주고 지하철은 사당 출발을 타면 사람이 많지 않게 쾌적하게 회사까지 지각을 안 하게 해 준다. 일요일 출근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광역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경기도의 4개의 도시를 거치면서 사당에 도착한다. 수원 의왕 안양 과천... 정겨운 구도심을 지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이를 드라이브시켜주고 멀리 관악산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멋진 뷰의 장소에서 잠깐 멈추기도 한다. 출근길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의 느낌을 전해준다. 아침에 사무실에 오니 아무도 없다. 이리 돌고 와도 가장 일찍 온 것이다. 박물관에는 간식은 있지만 먹지를 못한다. 간식은 손님이 오거나 높으신 분들께 제공이 된다. 대신 탕비실에는 컵라면과 즉석 밥, 김, 통조림 반찬이 많이 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라면에 물을 붓고 못 먹은 아침을 먹는다. 이어 도착하는 다른 직원도 냄새가 좋다고 하면서 다른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일요일은 좀 여유 있게 일을 한다. 한 주간 못했던 일들을 가볍게 마무리하고 일요일 근무하는 것을 스스로 위로한다는 입장으로 박물관 전시관에 앉아 여유 있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관람객들이 많이 올 듯하다. 아침 햇빛이 좋고 하늘이 높은 날 휴일은 정말 많은 연인들이 찾아온다. 그들에게 좋은 전시를 소개할 수 있어서 일요일 근무가 싫지만은 않다.
요즘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알바로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하고 책 삽화를 그리기도 하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내 글에 내 그림을 그리려 하니 안 그려진다. 오늘 아침 존경하는 도서관 봉사자님께 물어보았다.
봉사자님께서 기도하라 신다. 전혀 의외의 조언에 깜짝 놀랐다. 교수님이신 봉사자님께서 더 인문학적인 말을 해주실 줄 알았다.
그래 요즘 뜸했다. 코로나 이후 성당을 거의 못 갔다. 자연스레 멀어졌다.
어제 쉬는 날은 하루 종일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분위기 전환으로 동네 카페에 가서 폼 잡고 스케치를 했다. 나 스스로가 주변을 의식해 괜히 나 이런 사람이요!라고 폼 잡는 거 같았다. 그래서 맛난 커피만 마시고 집에 왔다. 하루 종일 만화책을 보았다. 그림 안 그려질 때 탈출법이기도 했다. 정말 만화가들은 대단하다. 그들의 그림을 보면 내가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 하지만 하루 종일 만화만 보았다.
오늘 사무실서 봉사자님이 하신 말씀을 생각해 봐야겠다. 너무 이런저런 힙한 문화와 이런저런 가십 문화에 내가 몰두해 있나? 마음의 평화가 없어서 기도를 해야 하나?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나 자신과의 대화가 너무 없었다. 그게 곧 기도인데.... 오늘 휴일 근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하루가 될 거 같다.
대문 그림은 오늘의 내 마음이다. 가을 가을한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