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되는구나... :)
지난 저녁 아내가 맛있는 샤부샤부를 준비해서 딸아이와 함께 뱃속 위장 안에서부터 마늘냄새가 올라올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매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처럼 딸과 함께 샤워를 하고 다이땡 헤어랩인가 머리를 말아주는 기계가 있는데 오랜만에 이걸 이용하여 딸아이의 긴 머리를 예쁘게 말아 머리카락에 커브를 넣어주었다. 손재주가 없지만 이 기계는 그냥 머리카락에 기계를 가져다 대면 알아서 머리를 휘감아 말아준다. 내가 딸아이 머리를 잘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늘 그렇듯 딸아이와 함께 불을 끄고 누워 아이가 잠들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 (딸아이가 잠이 들던지 말던지 신경쓰지 않는 무심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신경을 안쓰는 것은 아니고... 계속 맞춰주고 놀아주다보면 아이가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아 그냥 먼저 잠들어버린다. 그러면 아이도 알아서 잠이 든다.) 과식을 해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되어 불편함에 뒤척이며 잠시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는데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화면 상단에 브런치 앱 알람 그림이 떠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들려 했지만 계속 속이 불편하고 잠도 깨서 다시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을 다시 만지며 브런치 알람을 열람하니 작가 신청이 승인이 되었다는 알람이었다. 어제 오전에 신청한 건데 벌써 결과가 나왔다니 믿을 수 없었다. 기쁘긴 했는데 어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보고 읽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내 사생활, 내 과거를 드러내어 받는 혜택은커녕 독이 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글작가도 아니며 타고난 글솜씨도 없는 사람이 괜한 시작을 했다가 작가 신청이 거부되어 상처만 받는 것은 아닐까 필요 없는 생각들이 계속 났다. 결국 스스로 만약 작가 신청이 거절된다면 며칠 잠시 글을 쓰면서 느꼈던 것들을 기본으로 하여 브런치를 포기 아니 그만하자라고 다짐을 했다. 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내가 브런치를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솔직한 마음은 작가 신청 후 그래도 신청은 했으니 승인이 되면 좋은 일이니 기분은 좋을 것 같아 기대는 없어도 승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승인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니 매우 기쁘기도 했고 내 글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지기도 했다. 잠이 완전히 깨버린 상태였기에 더 이상 침대에 누워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일어나서 악기 룸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잠시 고민을 했다. 악기 연습을 할까 아니면 글을 써볼까. 화요일은 레슨이 다섯 개나 있는 날이라서 체력적으로도 충분히 회복이 되어 있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기에 꼭 숙면에 충분한 쉼을 전 날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미 이 새벽에 깨어버렸으니 레슨을 위해 악기 연습을 하기로 하고 새벽 5시까지 연습을 이어갔다. 내 본 업은 연주인이기에 다른 취미 생활로 내 본 업에 방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글이 좋아도 연주와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맞다. 글쓰기와 악기 연주를 비교해서 이야기하면 악기 연주와 연습은 공부고 글쓰기는 비디오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공부가 더 중요하고 꼭 해야 하지만 늘 마음과 생각은 비디오 게임에 팔려서 결국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게임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최악의 상황. 공부를 포기하고 비디오 게임에 집중하면 그 순간은 정말 기쁘고 재미있지만 그 후 공부를 안 해서 학업 성취도 하락의 결과를 받아들였을 때 오는 후회와 허무함. 지금 내가 딱 이런 기분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것이 시간이다. 글 하나를 완성하는데 2~3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고 너무나 깜짝 놀랐었다. 원래는 "아 딱 1시간 집중해서 글 쓰고 연습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건데 연습은커녕 자야 할 시간까지 놓치고 글을 붙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거 잘 못 하다가는 내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엄마 몰래 안 자고 새벽까지 게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랄까 밤에 안 자고 글 쓴다고 새벽 2~3시까지 컴퓨터 하는 모습을 아내가 본다면 전혀 좋아할 리가 없으니. 원래 모든 것이 직접 해보며 몸으로 체험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던 것처럼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지고 그들의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몸으로 와 닿았다. 문학 역시 우리 음악처럼 창작이 아니던가. 창작의 고통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그 힘듦이란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또한 그 문장 하나하나에 혼을 닮아 독자에게 내 생각과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내가 글을 쓰고 내 문장의 초라함을 읽으며 느끼고 있다.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이해는 쉽게 된다. 브런치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있어서 구독자 분들은 글쓴이들의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셔서 기쁘게 읽어주시고 존중 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브런치의 다른 글들을 읽으며 내 안에 있던 비판의 모습과 가볍게 읽는 태도는 사라졌고 그저 존경심과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남았다.
나는 현재 주간에 하는 정규직 일이 있고, 그 외에 하는 악기 레슨 그리고 최근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는 역시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있게 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처럼 음악에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채널을 만들어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유튜브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주변에서 보며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 시작부터 경제적인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구독과 좋아요를 미친듯이 요구할 필요도 없었으며, 영상 업로드에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궁극적인 목표가 뚜렷히 없다보니 조금은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내 영상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영상 하나 올리지 않는다고 누가 잔소리를 하거나 금전적인 손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힘들고 피곤할 때는 미루게 된다던지,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영상을 먼저 제작해야 함에도 글을 쓰는 딴짓을 하게 된다는 단점. 브런치 역시 내가 글을 통해 책을 발행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져서 인기 작가가 되는 것도 목표가 아닌 그저 내 글을 통해서 나와 같은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특히나 아직은 어리지만 내가 겪은 환경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분들과 나눔을 통해 힘을 주고 응원을 하고 싶다. 그렇기에 목표를 정해놓고 유튜브 처럼 안해도 그만 이라는 무책임함 보다는 독자들에게 표현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었던 진심을 꼭 놓치지 않고 전달해야겠다는 작은 목표를 세우기로 한다. 얼굴을 모르고 서로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 환경에서 글에서 만큼은 진심과 진실로 구독자 여러분에게 나를 보여드리려 합니다.(진심이라서 존댓말을..)서로 알 수 없고, 또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글이기에 거짓이 난무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유튜브 채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브런치에 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다. 바로 금수저 흙수저의 이야기를 하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며 세상에서 힘든 사람들은 더 힘들게 살게 되고 잘 사는 사람들은 더욱 잘 살게 된다는 이 세상 가운데서 나 같이 모자라고 힘든 상황 가운데 있었던 사람이 살아남아 어떻게 살아가는지 나누고 싶었다. 내가 용이 된 것도 아니며 금수저의 위치로 올라간 것도 아니지만 나는 버티고 살아남아 계속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내가 재능이 없어 속으로 앓고, 환경 탓을 하고 싶지 않지만 처해진 환경의 한계로 인해 힘들었을 때 극복한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서 직접 내 눈으로 나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아직은 만나질 못해서 이렇게 글을 통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응원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며칠 동안 잠시 적어본 과거의 글을 통해 작가 승인이라는 성취감을 맛 본 오늘 아침의 기분은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