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브랜드 디자인 소식 측면에선 비수기라 할 수 있다.
보통 연말에 기업들이 일을 벌리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사업계획도 해야하고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BI 공개 & 선포같은 이벤트 타이밍이 많을 수가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필자의 블로그 논평에서도 BI 소식을 다룬 게 꽤 오래된 와 중, 오늘은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인 '파스퇴르'의 BI 리뉴얼 소식을 언급하고자 한다.
파스퇴르?
그렇다, 바로 아래 파스퇴르 로고를 보면 대다수에게 익숙할 것이다.
오랜기간 세월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생소한 이름.
파스퇴르는 1987년 설립된 유가공 업체였다고 하며,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파스퇴르 저온살균공법을 도입하면서 그 이름 그대로 브랜드/제품명이 된 케이스다.
이 후 2000년 대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됐고 (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X세대로서 한국야쿠르트 소속의 파스퇴르가 익숙하다) 2010년 롯데웰푸드에서 인수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로고 만큼이나 헤리티지있는 브랜드다.
솔직히 현 시점에서 바라 볼 때 로고가 촌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정감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해상도 이미지는 찾을 수 없지만 아래같은 영문 버전도 있다.
그런데!
이런 파스퇴르 브랜드의 리뉴얼을 단행했다.
웰빙, 프리미엄을 지향한 의도로 해석된다.
기존 파스퇴르 워드마크의 조형적 형태와 삼색 등 헤리티지는 당연히 연계하되 가장 큰 변화는 심볼 도입과 시인성을 보인다.
깔끔하다. 그리고 깔끔하다.
그냥 그렇다.
분명 현대적으로 리파인된 게 맞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아쉽다.
그리고 올드해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헤리티지가 자산이기도 했던 로고를 꼭 저렇게 깔끔하게 현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아래처럼 살짝 비교 테스트를 해보았다.
(롯데 측 BI 리뉴얼 과정 등은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필자 임의로 테스트한 내용임을 강조합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이미지에서 조금씩 조금씩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현대적으로 다듬어 나가며 이미지를 가꿔나가는 것도 브랜드 디자인, 브랜딩의 중요한 전략인데,
너무 급격하게 그리고 공감하기 어려운 세 가지 색상의 도형 집합의 심볼을 도입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볼은 정말 오랜 세월 각인이 필요한 요소다.
심볼만 갖고도 브랜드 명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의 자산이 쌓이려면, 파스퇴르가 설립부터 현재까지 활동해 온 세월만큼이 흘려야 인식 가능할 정도일 것이다.
특히 텍스트 이니셜이나 애플, 스타벅스처럼 구상화된 메타포가 아닌 추상적인 도형이면 더더욱 각인 시키는 데 장시간 활동이 필요하다.
일례로 아래같은 유명한 브랜드 심볼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추상적인 심볼이지만 오랜 기간 쌓아 온 자산으로 그나마 인식할 수 있는 사례들만 모았는데도 일부는 식별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테다.
다시 파스퇴르의 심볼.
물론 파스퇴르 브랜드를 단일 심볼로 커뮤니케이션할 일은 아마도 없을테지만,
심볼마크의 도입은 항상 신중하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소비자와의 공감과 교감도 당연히 필요할텐데, 일단 소개된 보도자료 상에선 특별히 세 가지 도형에 대한 설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뭐 파란색 물방울은 우유를 상징할테고, 클로바 모양은 신선함이나 행복 등...을 나타낼 것 같긴 하다.
사실 고객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그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활동이 제품 브랜딩 아닐까.
심볼이 왜 필요했는지, 변경된 BI로 어떤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자산을 쌓아갈 지 관심있게 지켜보련다.
송강호 배우의 명대사처럼,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길 바라면서..
오늘의 논평은 여기까지. 지미박이었습니다.
오늘의 덧붙임,
롯데 계열사는 다르긴 하지만, 요즘 롯데 쪽 브랜드들의 리뉴얼 소식이 참 많은 듯한 느낌이다.
롯데리아, 칠성사이다 등등.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리뉴얼 소식은 언제나 흥미롭지만, 한편으론 유지할 건 유지하면서 해당 브랜드에게 꼭 필요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필자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
무조건 바꾸거나 새로운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