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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잘 쓰던 목도리 분실 후 느낀 점 세 가지

by B디자이너 지미박

오늘 아침 출근길,


평소보다 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길 버스에 올랐던 탓일까.


웬만하면 물건 분실하는 일이 없는데,


2년간 애착 이불 수준이었던 목도리를 놓고 내렸다.


정확하게는 탑승하고 약간 더운 듯해서 풀고 나서 가방에 넣었어야 했는데 대충 손에 쥐고 잠들었다가, 버스를 내린 후에야 깨달은 것. ㅠㅠ


버스 회사에 분실물 접수된 게 없는지 전화해 보았지만 접수된 물건이 없다는 슬픈 소식만 확인.


자책감이 자꾸 드니 내면의 목소리 한편에선 ‘에이 뭐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겨울 다 지났고 2년간 잘 썼잖아’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작은 물건이지만 너무나 잘 사용했던지라 상실감이 크다.


갑자기 유명한 책 제목이 떠오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 상황에서 세 가지 정도 교훈을 주려는 것 아닐까 싶어졌다.



첫째,


요즘 아직도 쌀쌀하다고 유독 추워하고 움츠려져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몇 주간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압박과 가까운 사람과 다툰 일로 소원해지는 등..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금요일인 오늘, 피로가 누적됐는지 아침 기상과 출근길이 유독 힘들었던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인 듯싶다.


더 이상 움츠려들지 말고 어깨 펴고, 목 쭉 빼고(?) 당당하게 걸으라는 따끔한 가르침은 아니었을까?



둘째,


서두에 언급한 대로 분실의 계기가 된 행동에 대한 질책성 교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스에 착석하고 (참 광역버스라 무조건 앉아서 감)

목도리를 풀었을 때 분명 ‘아 가방에 넣어야 하는데 귀찮네. 그냥 내리면 또 둘러맬 테니 손에 쥐고 있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런 게으름을 보란 듯이 깨우쳐주듯 분실의 결과로 돌아왔다.


역시 생각했을 때 무조건 행동으로 옮겨야 하나 보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중,

‘그래서 나는 게으름을 피워 가며 책을 뒤적거리는 자들을 미워한다‘ 구절이 생각난다. 책을 뒤적거린 건 아니지만 뭐...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교훈,


이미 엎질러진 물에 전전긍긍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이미 내 품을 떠난 목도리를 다시 찾을 확률은 극히 적다. (물론 월요일 근무 시간이 되면 버스 유실물 센터에 다시 전화해 볼 생각이지만 )


후회하고 속생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세 가지 교훈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목도리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지금 어디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지 모르는 내 목도리에게 전한다.



무*양품 목도리야, 2년간 고마웠어.


내 부주의함 때문에 더 오래 시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


너는 정말 따뜻하고 유용했어.


그리고 항상 든든했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냥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주인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가장 좋을 테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던 마음, 소중히 간직할게.


건강하렴.



25. 3. 21


분실한 내 패딩 목도리.. 이미지 검색해서 찾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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