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극장판 개봉은 3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진격의 거인을 인생 작품 중 하나로 꼽긴 하지만,
극장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을까 고민만 하고 미뤄오던 중
문득 어제 토요일, 다음날 일요일 오전 일정이 비는 걸 깨닫고 영화 시간표를 검색해 봤다.
가장 빠른 시간이 9시
일요일 아침은 항상 아이들과 함께 기상하고,
TV 동물농장을 시청하는 게 일상이다.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번이 아니면 극장에서 감상할 일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여유 있게 극장에 도착.
아무도 없길래 설마 나 혼자만 보나 싶었다.
그래도 영화 시작 전 하나둘씩 관객들이 오더니 스무명 가량 채워진 것 같다.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친구들끼리 짝지어 온 모습들도 많이 보이는데, 진격의 거인이 여성 팬이 많은가 궁금해진다.
리바이 팬일까. 에렌 아니면 아르민 팬일까.
아니면 미카사?
영화는 두 시간이 넘었고,
최종 시리즈를 그대로 담은 거라 이미 듣긴 했었다.
워낙 감명 깊게 본 인생 손꼽는 작품이고
각종 분석 리뷰 등도 숱하게 봤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또 다시금 새롭게 다가온다.
다시 보는 건데도 처음 봤을 때처럼 감동과 전율이 그대로 느껴진다.
에렌과 미카사의 스토리도 애잔하지만,
특히 필자의 경우 마지막쯤에 에렌과 아르민의 대화, 그리고 둘이 부둥켜안고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겠다는 에렌에 대사에서 가장 울컥한 것 같다.
바로 이 장면
사실 진격의 거인 극장 관람 후 후기까지 쓰려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한 마디 남겨놔야겠다고 느낀 건 쿠키 영상 때문이었다.
<여기부터는 쿠키 영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혹시 영화 관람 계획이신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
쿠키 영상은 진격의 거인을 정말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달콤한 선물 같았다.
현재의 도시 풍경과 진격의 거인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에렌, 미카사, 아르민의 설정은 어안이 벙벙할 만큼 신선하다.
특히 펑키한 스타일(?)의 미카사는 더욱 낯설지만 어떤 스타일링에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항상 감상하고 나면 분석 리뷰를 찾아보고, 완결성에 조금이라도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따져보는 아르민의 모습과, 영화 자체로 푹 빠져 심취해있는 미카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아니 두 부류로 구분하면 이 이상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정확한 표현이다. 나는 굳이 따지면 아르민 쪽에 가까운 것 같고.
그리고 이 둘은 티격태격 언쟁하다가
가운데에 있는 에렌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당황하는 에렌.
과연 에렌의 대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던 찰나,
그의 대사는 평범하지만 제대로 가슴을 울린다.
“나는 그저 우리 다 같이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차기작이 나오면 또 같이 보자”라고. (내가 기억하는 대사를 옮겨본 거라 정확하지 않은 점 양해 바란다)
그렇다.
영화 완성도가 좋든 아니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걸 함께 즐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너무나 단순 명료하지만 진리에 가깝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소중한 일상,
이 모든 건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문득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란 말이 떠오른다.
한가로운 주말,
이렇게 후기를 남기는 이 순간도 행복이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행복이다.
개구쟁이 둘째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뛰어다니는 걸 보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한 마디 하는 것도 행복이다.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준 진격의 거인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하며.
- 25. 4. 6 수원에서
쿠키에 등장한 에렌, 미카사, 아르민 모습이 혹시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검색해 봤는데, 아직 공식으로 오픈된 영상은 아닌가 보다. (틱톡에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은 있는데 패스)
다만, 일본에 사는 QB님 블로그에 사진은 있어 퍼 온다.
이렇게 에렌, 미카사, 아르민 셋이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사랑과 우정, 일상의 행복을 일깨워 준 세명 모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