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들만의 독자적인 개성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즐겨보고 최근에는 매거진 구독까지 시작 한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로고 디자인에 대한 글을 읽었다.
왜 로고 디자인은 점점 단순해질까?에 대한 제목.
17년간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지내 온 필자 입장에선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헤드라인이었다.
밀도도 있고 사례도 풍부한 좋은 글이다.
다만, 중간에 언급된 Gap이나 KIA 사례는 글의 취지와 다소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브랜드 디자인, 로고 디자인, BX디자인의 전성기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2000년대부터 10년 중반까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최근 읽은 조수용 대표의 '일의 감각'을 보고나니 네이버 디자인의 전성기, 그리고 BX란 단어가 부흥했던 시기가 아련해지더라)
어쨌든 그때는 소위 낭만이 있었다. 다양한 시도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시도도 있었다.
그냥 지금 막 떠오르는 사례를 들어보면,
모션 블러(Motion Blur)를 적용한 듯 형태가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심볼.
이성이 지배하고 단순 명료함이 최고의 가치인 현시점에서 보면 정말 경악할 만한 디자인이다.
2016년에는 회사에서 보내 준 좋은 기회로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 참가한 적도 있는데,
STC 부스에 시볼은 어떻게 표현해 놓았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역시나 저 Blur 표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넓게 종이 자르듯 잘라서 붙여 놓은 사이니지를 보고 참 황당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현재 STC의 로고는 아래처럼 단순하게 변경되었다.
비슷한 예로, 테이트 모던 뮤지엄 로고도 참 독창적인 시도였다.
기억하기로는 지역별 테이트 뮤지엄마다 다른 형태의 로고를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 기억한다.
하나의 정형화된 로고가 아닌 다양한 표현적 시도 자체가 컨템퍼러리 뮤지엄의 정체성에 잘 부합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정말 좋아했던 사례인 AOL도 떠오른다. (예전 사례들을 떠올리니 신났다 신났어)
AOL이라는 워드마크 자체를 흰색 형태로만 설정하고, 뒷 배경에 다양한 오브제들을 통할 때만 AOL이라는 문자가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실제 AOL 워드마크는 흰 배경 위에서 표현할 수 있는 Positive version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진짜 당시에 얼마나 센세이션 한 아이디어였는지 모른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여전히 참신하고 유니크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 해서 아래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고, AOL의 그 위용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당장 떠올린 필자가 좋아하는 사례들 모두 울프올린스에서 진행한 아웃풋들이다.
랜도 어소시에이츠, 리핀컷, 영국의 펜타그램과 같이 대형 디자인 펌(Design firm) 등 외에 각자의 독창적인 매력을 마구 뽐내던 무빙브랜드, 울프올린스 등 정말 기라성 같은 스튜디오들이 성행했던 2000-2010년대가 이따금씩 그리울 때가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칼럼의 제목에 딱 부합하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사례로 가장 최근 레퍼런스를 꼽으라면 단연 페이팔(Paypal)이 생각난다.
사실 이전의 페이팔 PP 심볼을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리뉴얼된 페이팔은 그야말로 몰개성적이라 생각한다.
저명한 펜타그램에서 수행한 결과물이니, 아마도 페이팔의 큰 그림을 담기 위해 더욱더 정제한 결과물이라 생각은 들지만 (흡사 Uber 리뉴얼 사례처럼)
대중의 눈은 정확하기에 너무나 개성 없고, 재미없고, 단조로운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펜타그램도 정말 좋아하는데, 이때 이 페이팔의 결과물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최근 필자의 블로그에도 소개한 아약스(Ajax) 사례나 버거킹 사례처럼 오히려 예전 과거의 올드 로고로 회귀하는 사례도 조금씩 눈에 띄는 것 같다.
단순해져만 가는 로고들의 트렌드에 염증을 느낄 때쯤, 다시 다양한 시도가 접목되고 맥시멀라이징 될 시기가 올 것이다.
그 미래가 아주 멀진 않을 것 같다. 최소 5~10년 안에?
그동안 변화하는 추세를 잘 따라가고 지켜봐야겠다.
주말을 맞아 이런저런 생각으로 주저리 남겨 본 오늘의 논평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