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한 멋진 사례 (강남구 토끼굴)

by B디자이너 지미박

어제 퇴근길 우연히 크랩(KLAB)을 통해 아래 영상을 보았다.


바로 강남역 근처에 상습 흡연구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디자인으로 개선했다는 소식.



크랩 영상은 언제나 그랬듯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시청하길 권장하지만 필자의 기준으로 핵심만 짚어보면,


흡연금지 경고문, 규제, 단속을 아무리 해도 개선이 되지 않던 공간을 강남구청의 “공공디자인 실험실‘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반감이 생기는 규제나 단속이 아닌, 흡연을 하지 않게끔 환경 조성한 것은 포인트다. 비교적 단순한 솔루션이지만 디테일에서 세심한 설계와 기획이 엿보였다.


우선 해당 공간에서 대부분 흡연자들이 벽 쪽에 기대어 흡연하는 행위를 보고, 잔디를 벽면에 설치해서 쉽게 기대지 못하게 하도록 한 점을 무릎탁 아이디어로 꼽을 수 있겠다.



환경 개선을 위해 흡연자들의 행동을 면밀히 살폈기에 가능한 솔루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특히 인상적으로 본 부분이 있었는데, 구불구불 길을 지나는 재미 요소도 있지만 사람 한 명이 쾌적히게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폭으로 설정한 점에서 치밀한 디테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흡연자들은 필연적으로 지나가는 행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흡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흉악스런(?) 흡연금지 경고물이 아닌 10분마다 이곳은 흡연금지 구역이라는 것을 안내 방송으로 틀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도 고도의 전략과 설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눈 형상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한다. 이런 시선이 느껴지는 장치 하나만으로도 금연구역에서 불법으로 흡연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남구청 담당팀에서 최초 기획하고 의도한 대로, 더 강압적인 규제나 단속이 아닌 자연스럽게 환경과 시민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부드러운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한 점이 정말 멋지다.



마지막으로 비흡연자를 위한, 그리고 최적한 공간을 위한 방법에 더해 흡연자들도 다른 장소에서 흡연할 수 있도록 적정한 공간에 부스를 설치할 계획인 점도 놓치지 않는다.


필자는 디자인을 업으로 한지 약 18년가량 됐는데, 예전엔 공공디자인이나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디자인이 우리 일상을 유용하고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디자인의 역할은 기능으로 전락하고 실익과 효과성 중심의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무래도 디자인은 후순위가 된 것 같다.


비단 디자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디자인 솔루션이나 역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복합적으로 진화됐거나, 어쩔 수 없는 시대 변화 영향도 있을 테다.


대표적인 증거로 그 어떤 기업도 오늘날 더 이상 ‘디자인 경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 방증의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남구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가 새삼 옛날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 준 의미있는 사례인 것 같아 오늘의 논평 주제로 주저리 해보았다.


강남구청 공공디자인팀(or 유관부서)에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1’ 숫자 맥락을 연결한 배스킨라빈스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