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디자이너끼리 편가르지 맙시다 (벤틀리 리뉴얼)

by B디자이너 지미박

얼마 전 벤틀리에서 새롭게 리뉴얼된 엠블럼 디자인을 선보였다.


필자도 이에 대한 논평을 남긴 바 있다.


현대적으로 충분히 세련되고 미니멀해진 조형 등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양쪽 날개 숫자가 다른 오랜 전통과 스토리를 한순간에 버린 게 가장 아쉬웠기에 다소 비판적인 논조였다.


며칠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맞지만, 그 어떤 좋은 디자인으로도 매울 수 없는 역사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는데 왜 그렇게 쉽게 내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필자는 벤틀리 브랜드 리뉴얼에 대해 국내 기사를 통해 접했었는데, 즐겨 보는 BrandNew에도 해당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다.



BrandNew의 콘텐츠는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TOP급이기에 역시나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렌더링 등 관련 이미지가 많았다. 다양한 브랜드 적용 컷과 과정을 보니 조금씩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출처: Underconsideration BrandNew



멋지다. 멋지지 않다고 한 적은 없다.

언급한 대로 스토리와 전통을 버린 게 아쉬울 뿐이다.


나의 감상평 말고 커뮤니티 내 여론은 어떤지 궁금했다.


우선 점수부터 봤다.



역시 예상한 대로 Bad가 많다.

나를 포함해 디자이너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해 줄 아웃풋이 아니다.



주요 댓글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살펴봤다.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멘트들이 있다.


로고의 날개가 곤충(벌레)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고..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그래픽, 브랜드 디자인 전문 디자이너가 개발한 게 아니라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이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2D, 그래픽 위주의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며 분야마다 특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편을 가르고 폄하하는 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필자도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 컨설팅 회사에 맡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일전에 프로스펙스 로고를 저명한 IDEO에 맡긴 적이 있는데 결과물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화 그룹의 CI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가 아닌 한때 정말 핫했던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에게 맡긴 결과물이다. 또한 같은 한화 계열의 라이프 플러스 브랜드도 일본의 '하라 켄야'가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당시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에 근무했던 필자도 이런 소식을 보면서 '아니 브랜드 디자인은 전문성을 가진 회사에 맡겨야지 왜 엉뚱한 데서 맡겨?' 속상하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 또한 차별화를 위한 기획이자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저마다 사정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 맞는 전략과 시도가 있다.


벤틀리 엠블럼의 변화가 올바른 전략인지 아닌지는 전개되는 미래를 통해 판가름할 수 있다.


벤틀리 브랜드가 멋지게 도약하는 결과가 된다면 좋은 전략과 디자인이었을 테고,


그렇지 못하다면 디자인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처럼 아쉬운 변화에 넋두리는 할지언정,

그래픽, 브랜드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결과물이 좋지 않다는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디자인 분야에 경계는 더욱더 허물어질 것이다.


전문 분야에 열린 자세가 없는 사고를 가진 디자이너라면 생성형 AI 등 폭풍처럼 밀려오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작은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쓴다고 해외 커뮤니티의 디자이너들이 봐줄 리는 없지만,


분야로 편가르고 싸우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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