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단상
오늘은 논평 아닌 작심 발언해 보려 한다.
며칠 전 테이블 오더 업계 1위(라고 알고 있는) 사업자인 티오더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 공개가 있었다.
기사부터 보자.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간결하고 아름답다.
아이캐칭이자 포인트가 되는 Red 컬러의 쉼표의 쉐입도 진부하지 않고 유니크하다. 특히 밸런스가 잘 잡힌 타이포 감각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나무랄 데 없으며 CI이자 BI를 아무르는 훌륭한 브랜드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티오더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 발표 소식은 일주일 이상 지났다.
그런데 초기에 소식을 다루지 못했던 이유는,
필자에게는 1년 반 전 티오더 공모전에 참여했다 허망한 결과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인지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사실 그리 긴 얘기도 아니다.)
티오더를 보고 전에 브랜드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했던 게 기억나는데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질 않아, 맥북을 뒤져보니 '23년 6월 마지막으로 저장된 폴더에 있더라.
당시 필자의 디자인 공모전 출품작은 아래와 같다.
일단 이미지부터 보고 나서 공모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공모전 당시 필자의 출품작>
참고로 필자는 수년 전에는 참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었고, 수상 또한 제법 많이 했었다.
하지만 수십수백 명이 고민해서 출품해 봤자 당선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는 아웃풋이 되어버리는 소모적인 운영 방식,
그리고 공정하게 심사하는지 알 수 없는 혹은 설령 공정하다 하더라도 그건 절대가치가 있을 수 없는 주관적인 심사 기준을 사실상 알 도리가 없는 운영 방식에 많은 회의감을 느꼈다.
아마도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해 본 디자이너분들이라면 많이 공감해 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공모전, 컴피티션 자체가 모두 무의미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때 유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등은 그나마 공개된 자리와 심사위원들이 어떤 기준을 갖고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점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디자인 공모전은 다소 폐쇄적이다.
기간 내 출품하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심사가 이루어지고 (그마저 심사 결과가 연기되는 일도 비일비재) 결과가 발표되면 끝.
물론 정부 부처에서 진행한 공모전은 공정성에 더욱 신경을 쓰기 때문에 후보안 약 3~4개를 공개 투표하는 과정 정도가 추가되지만 그마저도 필자는 순수한 의도로 보진 않는다. 게다가 가장 많은 투표를 받았다고 해서 꼭 좋은 디자인이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선호도 투표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공모전 참가는 관두기로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별수 있나)
공모전 얘기를 하다 보니 흥분해서 주저리가 심했다. 워낙 할 말이 많았던지라.. 그렇지만 대안 없는 비판일 뿐이므로 그 아무에게도 상의해 본 적 없는 부분이긴 하다.
다시 티오더 얘기로 넘어가 보자.
티오더 공모전은 라우드란 플랫폼에서 개최됐고,
보통 정상적인(?) 컴피티션의 경우 최종 결과가 남아있다.
즉, 우승 작품이 공개되기 마련이다. (물론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일부 대회는 비공개 처리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티오더는 역시나 디자이너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출품작도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우드에 오랜만에 접속하고, 참가 내역을 확인해 보니 참여작이 무려 408개, 공모전 View만 4만 회에 달한다.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왼쪽 위에 달린 '취소' 탭 때문이다.
당시 티오더 공모전은 우승작 없이 상품 일부가 참가자들에게 배분되는 형식이었는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작품(어처구니의 기준도 물론 디자이너 각자의 주관적 기준이긴 하다)이 수상하고 폐쇄했던 건지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라우드 측에서 보시다시피 해당 대회를 '취소' 처리 해놨기 때문에 세부 내역을 열람할 수가 없다.
이래서 필자가 공모전을 더 이상 참가하지 않는다.
뭔가 찜찜하고 불명확하다.
물론 내가 수상하면 좋은 공모전, 내가 떨어지면 나쁜 공모전으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디자이너들에겐 일종의 희망고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래저래 소모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강조해둔다.
이번 티오더 리뉴얼을 보고 그저 1년 반 전에 생각이 나서 주저리한 것이지, 결코 필자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에 한계는 없지만
브랜드 디자인 표현의 한계는 존재하기에
Red 컬러를 포인트로 하고,
어퍼스트로피 혹은 쉼표를 아이코닉 요소로 하고,
대문자보다는 소문자가 어울리는 성격상,
디테일은 천지차이지만, 아웃풋은 비슷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심지어 티오더의 새로운 브랜드 로고가 필자가 제시한 시안보다 훨씬 좋은 디자인이라 단언한다. 특히 타이포 감각이 그렇다. 결코 유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바란다.
필자의 블로그는 소중한 분들이 하루 몇 백분 방문해 주시는 작은 블로그이기에, 이 글을 티오 더 측에서 볼리도 만무하지만 만약 글을 내려달라고 해도 저작권에 침해가 되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해당 공모전 때 NDA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위에 언급한 대로 당시 공모전 내역은 다시 열람할 수 없도록 닫혀있기 때문에 더더욱 확인이 되진 않는다.)
티오더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 공개 소식은 다루고 싶지만,
티오더의 씁쓸했던 공모전 기억을 언급 안 할 수는 없어 결론 없는 글과 함께 남긴다
경제도 경제지만, 소상공인 분들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 테이블 오더 서비스들이 소상공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되길 바라보며 긴 포스팅을 마쳐본다.
(그래도 1년 넘게 묵혀뒀던 출품작도 꺼내고 다시 복기해 보니 후련하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