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며 나를 치유하기
나에게 심리상담을 권한 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 괜찮은데? 왜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야?"
"너는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을 상황에서 괜찮다고 하니까. 지금처럼 말이야."
'내가 부적절하게 계속 괜찮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아,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을 상황을 겪은 나'라는 것에 마음이 아주 조금 따가웠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제보를 하고, 그것을 처리해가는 과정에서
이런 말들을 들었다.
"노유님이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은 노유님이 힘든 줄 몰랐을 거야."
"조금 티라도 내지 그랬어. 그렇게까지 힘들 줄 전혀 몰랐잖아."
"별말 없이 잘 지내니까, 괜찮은 줄 알았어."
이러한 말들을 한 사람들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원망스럽긴 하다.
음.. 쓰고 보니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한 것 같은 뉘앙스네.
원망 : 못마땅하게 여기어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 (국어사전)
그러면, 문장을 다시 고쳐봐야겠다.
이러한 말을 한 사람들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저 말을 떠올리면 어이는 없다.
딱 그 정도의 감정이다. "그 말은 좀 어이가 없네?"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김경일 교수님의 영상이 떴다.
제목부터 클릭할 수밖에 없는
「모든 상황에서 밝아 보이는 그 사람, 웃는 얼굴 뒤에 숨어 우울을 키우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끝에 중에 김경일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
남 탓을 하며 나를 치유하는 스킬을 +1 하게 되었다.
내가 당한 직장 내 괴롭힘은 누가 봐도 '저 나쁜 놈이!'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micro aggression.
미세 차별, 미세 공격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행위들이었다.
그가 나에게 행한 행위들을 말하면 듣는 사람 대부분이 "엥?"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30도 정도 오른쪽으로 꺾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그건 도대체..."라고 말을 잇다가 말게 된다.
그렇게 나는 2년을 지났고, 내가 티를 내지 않고 항상 웃고 있어서 당할 수밖에 없었고,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를 치유하는 스킬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남 탓이라는 것도 종종 할 예정이다.
요즘 나에게 제일 큰 이슈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