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약사언니 Aug 20. 2020

대륙인들의 넓은 마음이 알려준 것

 가족들과 함께하였던 북유럽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덴마크 여행 중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를 방문하려고 렌터카 업체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렌터카 직원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를 방문하려고 렌트를 하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안데르센 생가에 방문할 거라고 했고, 그다음 그 직원의 말이 가관이었다.


“아 안데르센 생가 좋지,
거기 여기서 4시간밖에 안 걸려.”     


나는 아직도 가끔 이 대화를 떠올린다.      



 편도 운전 4시간이면 한국인들에게는 짧지 않은 거리이다. 막히지 않으면 서울 - 부산까지도 갈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4시간이라는 운전시간을 이 유럽인은 ‘4시간 밖에’로 표현했다.      




 이런 일들은 미국에서 유학할 때도 종종 있었다.


미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명절 때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한 집에 모이려면 민족 대 이동이 필요하다. 이때 생각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가는 것보다는 직접 자가용을 운전해서 이동한다. 예전에 같이 살던 호스트 가족도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부모님 집까지 편도 12시간인 도시에 살았는데, 그 거리를 기어이 운전을 해서 이동을 하곤 했다.


 실제로 미국인 호스트 가족과 호스트 부모님 댁까지 차로 2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왕복한 적이 있다. 거의 하루 종일 한 공간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이 기간에 가족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24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체크하면서 남은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에 괴로워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이 미국인 가족은, 몇 시간 운전을 하던, 현재 가족들끼리 함께하는 그 시간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들에게 운전하는 그 긴 시간은 전혀 어려운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듯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처럼 넓은 땅덩이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은 별 일이 아닌 듯 이야기하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놀라우면서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부러워진 적도 있다. 나에게 멀다고, 길다고, 혹은 버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들이 이들에게는 고민할 가치도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별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마주 했을 때, 이들의 여유로움과 넓은 마음 씀씀이가 나에게 전염이 돼 오는 듯 함을 경험했다.


그리고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본인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현재라는 시간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배웠다.    


조급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이 순간만큼은 결과가 아닌 내가 존재하고 있는 그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북유럽에서 렌터카 직원을 만난 에피소드를 겪으며, 미국에서의 경험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대륙인들의 넓었던 마음씨를 곱씹으며 내 마음의 넓이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른 시각에서는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내 마음을 너무 작은 틀에 넣어 두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내가 속해있는 사회가, 관습이,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틀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틀은 딱 내가 경험한 만큼의 세상밖에 담을 수 없었다.


세상은 생각보다도 더 넓었다.


 그 이상의 지경을 넓히기 위해, 다른 세상과 다른 상식에 속한 여러 사람들과 여러 상황들을 경험하고 나면 나 또한 한걸음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 내가 나의 상식의 틀을 확장시키려 노력할 때, 내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화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인들과 같이 살았던 썰, 2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