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했던 퇴사의 이유
30대가 되면 안정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줄 알았다.
배웠던 지식을 사용하며 더이상 새로운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되고, 치열했던 시간들을 벗어나 무료함마저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20대에는 취업 걱정이 앞섰다. 마치 대한민국의 흔한 20대들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회사에 입사를 희망하는20대라면 취업을 위해 토플, 토익을 공부하고 더해서 여러 회사의 스펙에 맞는 취업준비로 스터디도 하고, 학원도 다니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힘들었던 학업의 시간, 취업준비의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취업.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에 들어가면 조직생활, 프로젝트, 새로운 업무 환경과 인간관계의 적응 등등 또 다시 극복해야 할 다른 현실이 당신을 마주 할 것이다.
너무 현실적인 서술인가? 나의 퇴사가 비단 회사가 가진 문제점 때문뿐 만은 아니며, 회사의 장점도 분명 있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퇴사를 결심했던 이유들을 적어보겠다.
20대의 나는 약학을 전공했음에도 내가 일 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어떠한 학문을 전공하던 간에 그 안에는 또 세부분야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약대 졸업 이후에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그 중 일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리라 마음 먹었다. 경험해보지 않고 섣불리 한 분야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20대에는 약대에 재학하면서 약국에서 인턴으로 2년 가량 재직하였다. 약국에서 퇴사 한 이유는 졸업 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약국에서 일하려면 시골 지역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심리적인 장벽이 제일 컸다. 시민권자인 약사들도 도시에서 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는 미국 약국 시장에서 굳이 외국인인 나를 뽑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골에 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약국에서 일하고 싶었냐를 따졌을 때 나의 대답은 ‘아니요’ 였다.
마침 길었던 유학생활에 지쳐있었던 나는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 머물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 해 보기로 결정했다. 마침 한국의 국립암센터에 전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대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진학하였고, 중점적으로 리서치 랩에서 일하며 기초연구를 경험 할 수 있었다. 국립암센터는 약이 어떻게 개발 되고 어떤 새로운 분야의 연구들이 진행되는지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 시기 나의 목표는 논문을 써 국립암센터 이후에 미국에 박사나 펠로십을 가고자 함에 있었다. 결국 국립암센터에서 참여했던 연구들을 인정받아 유펜 펠로십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나의 목표는 달성되었다. 하지만 결국 여러 이유로 미국에 다시 가지 않기로 정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타향살이가 주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야지만 누릴 수 있는 돈과 명예가 줄 수 있는 가치는
가족들과 함께 하며 누릴 수 있는 평안함의 가치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한국에 남아 제약회사에 입사 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첫 제약회사의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 여태 만났던 상사들 중 단연코 최고의 상사라고 할 만 한 분을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믿어주고, 격려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 가능성에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해 주는 상사였다. 제약회사가 처음 이었던 나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언해 주었을 뿐 아니라,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사이트까지도 알려주셨다. 칭찬으로 사람을 격려할 줄 아는 상사 덕분에 일이 재미있었다. 또한, 여태까지 공부한 지식들이 다양한 일들에 쓰일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람도 있었다. 일이 재미있어 질수록 욕심이 생겼다. 내가 스페셜티를 가지고 싶었던 항암업무를 담당 할 수 있는 회사, 현재 회사보다 더 규모 있는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퇴사를 고민했던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특정한 사람이 나의 퇴사에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나의 성향이 퇴사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사실 나는 회사에서는 일에만 몰입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지 친구를 사귀려고 가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랬던 나에게도 인간관계가 주는 회의감 때문에 퇴직을 결정했던 적이 있다. 아래와 같이 2020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퇴사의 이유에 따르면 퇴사 사유는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이유가 가장 컸다. 다음 편에는 내가 경험했던 퇴사를 부르는 인간관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