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님
언제부터인지 택시를 타면, 차고지의 위치나 기사님의 성함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개인택시든 회사택시든, 이 택시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서 어떤 경로로 돌고 있을까 상상하면 퍽 재미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만지느라 또는 다른 생각에 골몰하는 바람에 택시 안에서 차고지 확인을 못하고, 거기다 요금까지 현금으로 내버려 카드 영수증에 적힌 것조차 보지 못하는 날은 영 찝찝하기까지 하다.
어느 날 택시를 탔다. 송파에서 왕십리까지 달린 뒤, 카드로 요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은 뒤 내렸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서 차고지나 성함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였다. 그제야 이 택시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생각하며 손에 쥔 영수증을 보다가,
'아니, 이 분은?'
몇 년 전에도 이 기사님의 택시를 탄 적이 있다. 도저히 잊기 힘든 성함을 갖고 있었기에 잘 기억한다.
지동설.
꽃샘추위가 매서웠던 어느 이른 아침,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차창으로 스쳐 지나는 개나리의 꽃망울을 보면서, 어쨌거나 겨울은 갔고 꽃은 필 테지, 하다가 문득 조수석 앞에 적혀 있는 그 기사님의 성함을 보았던 것이다.
네,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도 지구는 도는 것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처럼 그 분과의 랑데부(?)를 인상 깊게 담아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해보았더니,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면서 그분의 성함을 캡처해둔 이의 게시물이 하나 있었다.
서로 지닌 주기가 맞아떨어지는 날, 어디에선가 또 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