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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D MJ Jul 15. 2024

일상의 부재

사라짐과 잊혀진다는것에 대해서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

(김영하-여행의 이유 중에서)


30중반이 넘어 3년넘게 내가 멀쩡한 직장을 두고 나홀로 떠나오게 되는것에 대해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응원해주었다. 내 주변의 사람은 모두 좋은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좋은 이야기만해주었다. 나의 결정을 지지해주었고 또는 그 용기에 대해 칭찬해주었고 또는 혼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부러워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물어보면, 부럽기는 하지만 나라면 못할것 같다 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독립심이나 의지가 강한 사람이 못된다. 단지 모두에게 불확실한 미래이기에 못먹어도 go를 고수하는 비관주의자이면서도 낙관주의자인 측면이 있을뿐이다.  


외향적이고 우호적인 성향은 아니지만, 다행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늘 외롭지 않게 케어를 받으며 온실속의 화초로 지내왔다. 직장생활도 스트레스가 많기는했지만, 내가 묵묵히 노력하는 모습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떠나오고 한달정도되었을때가 내 생일이었다. 혼자 보낸 생일은 처음인것같다. 처음으로 일상의 부재를 느낀 시점이었다. 식탁도,책상도 없는 바닥에 쪼그려 인스턴트 음식을 먹던 그 날,  여기서 울컥하면 앞으로의 모든 날들이 힘들어질것같은 예감에 나는 그냥 내 슬픈 감정을 무시했다. 감정은 순간일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완벽한 T이기 떄문에… !


아무튼 그럼에도 이런 온실의 환경과 모든것들을 제쳐두고 내가 홀로 떠나온 이유는 사실 그리 대단하지 않다.

해보지않은, 해보지 못한것들에 대한 미련이 생길거라면 해보고 후회하자 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스무살이었을때 마흔이 넘은 어떤 아저씨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마흔이 오려면 멀었을것같죠?  눈감았다 뜨면 불혹이에요‘ 라는 말을 들었을때 별 생각이 없었는데 30이 넘고 회사의 루틴을 따라 살다보니 정말 눈감았다 뜨니 마흔이 될것만같았다. 내가 뭘했다고 불혹일까? 주변의 친구들은 아이를 부양하는 학부모가 되어있었고, 나는 그냥 철없는 캥거루족일뿐이었다.

물론 나는 취미부자이기때문에 많은 취미를 공유할수있는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술도 좋아하기때문에 밤문화가 있는 한국이 너무 좋다. 물론 하드워킹이  기본 전제인 단점도 있지만 나의 나라를 떠날 생각은 없다.


여행이라기엔 불확실한 미래와 생각보다 길고긴 고독한 시간이 되겠지만, 내가 목표한 바를 취득하고 동시에 이 시간을 기나긴 여행으로 생각하면서 먼훗날에는 이 시간을 열망하게 되도록 만들어보려고 한다. 물론 3년이라는 시간아래 누군가에게는 잊혀지는 존재가 되겠지만 그 인연은 어차피 운명이 아니기에 쿨하게 흐르는 강물에 흘려 보내자.

 

사람은 누구보다 ‘나’와 잘지내야한다. 우리나라 사회는 그런점에서 ’나‘보다는 ’타인‘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어 사는 경우가 많다. 이 기회를 빌어서 나는 다른 누구보다 평생 함께해야하는 ‘나’와 많은 대화를 하며 더 잘지내보려고한다.



그런데 시끌벅적한 수산시장에서 떠먹는 활어회와 숯불에 구워먹는 한우,

그런데  밤새 술한잔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과의 시간이  너무 생각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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