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마늘만 먹으며 견디는 겨울을 보내는 중
겨울 again..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남섬은 춥다.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남극에 가까운 나라라 생각보다 춥다.
영하권은 아닌데 그냥 춥다. 체감온도가 춥다. 그 체감온도에 심리적 요소가 많이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하다.
6~8월 3달간은 꼼짝 않고 쑥과 마늘만 먹는 곰과 호랑이처럼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
자취 한번 제대로 안 해본 탓에 한국에서는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이었는데
심지어 매일 무엇을 해 먹어야 할지 고민한다는 것은 엄청난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곳은 의외로 학교 점심시간에 대부분 학생들이 자기 도시락을 싸 오는 경우가 많다.
엄청 건강해 보이고 경제적으로 보여서 나도 시도하기로 했다.
있는 재료로 최대한 간편하게 음식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첫 번째 메뉴는 ‘참치 오트밀죽’이었다. 참치캔을 오트밀에 넣고 그냥 전자레인지로 돌려주면 되는데,
엄청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메뉴다.
1. 오트밀 파우치를 뜯는다.
2. 우유를 표시선까지 채운다
3. 참치캔을 따서 함께 그릇에 넣는다
4. 90초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사건은 4번에서 일어났다.,
단지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었을 뿐인데 반틈이 넘게 펑 터져서 흘러넘친 광경을 보니 속상했다.
그 순간 감정의 데자뷰가 떠올랐다.
단지 따뜻한 말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건 펑 터져버린 감정. 속상했다.
레시피대로 했는데 뚜껑도 살짝만 덮었는데 왜 그렇게 터졌는지 아직 모르겠다.
가스레인지 약불로 레시피를 바꿔볼 예정이다.
실험을 하면 이런 레시피 착오에서 ‘세린디피티’라고 완전한 우연이 발명으로 이어지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언어의 착오가 오해를 낳아 감정을 상하게 하는 역기능이 있다.
P.S 너를 따뜻하게 데우려고 했지 열받게 할 의도는 없었어 미안해 오트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