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흰 눈이었다.
그동안 적어 내려가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많은 조각들이,
그 넓은 벌판의 흰 눈이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가장자리 엷게 살얼음 끼는 입김을
손 끝에 반쯤 희미해져 버린 의식을
발목 사이를 감아 돌던 차가운 쇠바람을
고깃 고깃 안으로 접아 안는다.
또렷해진 눈으로
통증이 지나간 자리를 훑으면 나는 분명
반드시 어떠한 길 위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결국은 깨어 있는
흰 눈이다. 멈추지 않는 아우성으로 나아감이다.
결코 더럽혀 질 수 없는 발검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