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person)_utan(forest)
(이미지 출처:오랑우탄 정글 스쿨_And so it begins)
오랑우탄: 산에 사는 사람
이름이 주는 여운이 이렇게 오래 남았던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아닌 존재에 '사람'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던 순간의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가다 다시금 나무 위로 사라져 버리던 ‘사람’과, 그 뒷모습을 좇던 우리들 사람의 조우가 어떠했는가에 마음이 닿았다.
나에게 있어 그런 '조우'의 순간은 우연히 접하게 된 '정글 스쿨'(스미소니언 채널)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다 (정글 스쿨 공식 홈페이지: https://orangutanjungleschool.com/). 성체 오랑우탄이 주로 식용으로 사냥되는 반면, 어린 오랑우탄들은 애완용으로 불법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위기에서 구조된 오랑우탄들을 보호하고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 중 하나가 이곳이다.
보르네오 숲에 자리한 정글 스쿨의 일상에는 우리의 눈에 익숙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간식을 나누어 먹고 본격적인 배움을 위해 숲 속에 자리한 학교로 삼삼오오 이동하는 때에는, 장난기 많고 말 안 듣는 미운 세 살의 모습부터 새로운 상황이 낯설어 어색하게 주변을 맴도는 모습까지, 어린 오랑우탄들의 각기 다른 성격들이 묻어 나왔다. 그들의 하루를 흐르는 장면 장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들의 사회, 관계라는 개념을 읽어 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어깨동무로 나누어지는 친밀감의 표현은 환한 미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생존을 위한 '두려움'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진 장면이다.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뱀 모형을 막대기로 제압하는 방식으로 그 위험성에 대해 공유하면, 어떤 친구들은 두려움에 서로 안고 있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직접 들춰 보기도 한다. 새로운 상황에서 관찰하고, 습득하고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들이 눈과 마음에 익숙하기만 했다. 우리와 유전자 서열 면에서 얼마나 유사한가라는 팩트 체크를 떠나서라도 사람이 '사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동질감이 전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냥에 의한 위험이 국소적이라면, 오랑우탄의 생존을 광범위하게 위협하는 원인은 인간에 의해 빠르게 증발해 버리는 서식지에 있다. 방대하게 이루어지는 벌목과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팜 오일 생산을 위한 열대 우림 파괴가 그 주된 원인이다. 많은 보호 단체들의 노력도 글로벌 기업 감시와 지역 주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이중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글로벌 기업의 든든한 소비자로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로 나는 다른 곳에 있지만 동시에 그곳에 있는 이유이자, 알게 모르게 일방적이고 침해적인 ‘조우’를 이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 조차 몰랐던(?) 그 조우를 조금은 안전한 것으로 돌리는 방법은,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선택에 의식을 더하는 일일 것이다. 팜오일이 들어간 제품과 열대 우림에서 벌목되어 온 목재를 줄이려는 노력과 지역 주민과 연계해 순환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보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그 ‘사람’과 우리들 사람의 터전은 하나이고 그들을 구하는 일이 우리를 구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 건강한 조우의 첫걸음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