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o Feb 08. 2021

고객은 피드백으로 신뢰를 쌓는다

#고객 #고객가치 #VOC #IT #마케팅

현업에서 고객 VOC 수렴을 담당하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어렵게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왔건만 담당 조직에서 특정 고객에 대한 편견을 갖고 VOC를 무시하는 현상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걔네는 우리랑 거래도 많지 않아서 신경 안 서도 돼", "거기 인터뷰한 애는 원래 항상 불만이 많아서 그래", "그 사람은 이 업계 온지도 얼마 안 돼서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야" 같은 이야기들이죠.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지 않은 고객 중에도 같은 불만을 갖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특징은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VOC의 내용만을 가지고 그것이 정말 고객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 초등학생들에게 공문으로 답한 기업과 정부기관

지난해 12월 강릉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코*콜라, 롯*칠성음료 등 대형 음료회사와 환경부로부터 공문을 받은 일이 뉴스로 알려졌습니다.

공문의 내용은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과 실천계획이었습니다. 대형 음료회사와 정부부처가 이 초등학교에 왜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요?




# 발단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 시행

지난해 12월 25일부터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투명 페트병 재활용 사용을 높이기 위한 정부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투명 페트병을 버릴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내용물을 싹 비워야 하고, 재질이 다른 라벨도 직접 제거해서 버려야 하죠. 참고로 뚜껑은 따로 분리해도 되나 재활용 과정에서 잘 분리되기 때문에 페트병과 재질이 다르더라도 그대로 닫아서 버려도 된다고 하네요.





# 손편지에 개선 요구사항을 담아 보낸 초등학생들


이러한 사실을 접한 강릉의 한 초등학교 학생 30여 명은 음료를 판매하는 기업과 환경부에 손편지를 쓰게 됩니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할 때 느꼈던 불편함, 더욱 쉽게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요구사항 그리고 재활용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달라는 희망도 담았죠. 학생들은 이 손편지를 통해 기업과 정부가 조금이나마 변화해주기를 바랐겠죠.


그리고 그 대답은 단순한 답변이 아닌 공문으로 돌아왔습니다. 편지를 받은 대형 음료회사들과 환경부는 공문을 통해 변화에 힘쓰겠다는 대답을 보내왔습니다. 또한 공문에 담긴 구체적인 계획들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기사 발췌]




# 대형 음료회사와 환경부에게 한 초등학교 학생 30여 명의 의미는?


음료회사 전체 매출에서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안 그래도 넘치는 정부 민원 가운데 초등학생 30여 명의 의견에 신경 쓸 여력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이들 기업과 정부부처는 의견을 보낸 주체인 '초등학생'을 생각하기 앞서 의견의 주제인 '개선 요구사항'에 더욱 주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 손편지에 대한 답변의 형식도 정식 공문의 형태로 가능한 '정중하게(?)' 발신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렇다 보니 서두에 언급한 내부 담당 조직들의 편견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사세나 조직의 규모가 훨씬 큰 곳들도 이렇듯 어떠한 고객이든 그 의견 하나하나에도 큰 관심을 갖고 소중히 다루고 있으니 말이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발전과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 고객은 피드백을 보며 신뢰를 쌓는다


고객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들을 듣다 보면 때론 아주 간단한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충족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아주 복잡다단해서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죠.

그렇다면 고객들은 언제 만족할까요? 그들이 이야기한 것들이 잘 수용되어 개선되었을 때일까요? 적어도 제가 경험한 고객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너그러운 편입니다. 그저 고객의 VOC를 대하는 태도만으로도 만족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지", "내가 했던 이야기를 내부에서 한번 검토는 하는 것인지", "그것이 개선이 되든 불가능한 것이든 논의를 나누고 결론을 내기는 한 것인지".

의외로 고객들은 자신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100% 수용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조금 무리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기업 내부에서 간단히 개선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고객들은 대체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욱 주목합니다. "내 얘기를 귓등으로 듣느냐, 그래도 중요하게 여기느냐" 그것이죠. 따라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한 피드백들이 고객의 마음에는 신뢰로 쌓이게 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피클은 왜 '울퉁불퉁'한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