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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Feb 05. 2021

피클은 왜 '울퉁불퉁'한걸까?

#고객 #고객가치 #VOC #IT #마케팅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때 곁들여지는 오이 피클.

그 기원은 무려 약 4,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올라 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공 처리된 오이가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고 하죠. 


콜럼버스에 의해 신대륙에 전파된 피클은 이제 우리 식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됐습니다.



무심코 지나쳐봤던 피클의 모양.

누구나 피클 모양이 울퉁불퉁 굴곡 있게 썰린 것을 많이 봤을 텐데요. 그냥 썰어도 되는 것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음식도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예쁘게 모양을 낸 걸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양념이 잘 배도록 한 걸까요?

모두 정답이 아닙니다.




원래 피클은 칼로 썬 매끈한 단면이었습니다.

하지만 1912년 미국의 햄버거용 피클 제조업체 '블라식'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울퉁불퉁한 단면의 피클을 판매하며 지금의 모양이 탄생하게 됐죠.

'블라식'의 주 고객은 햄버거 가게였습니다. 


이때까지 매끈한 피클을 판매해오던 '블라식'에 점점 점주들의 불만이 이어졌는데요, 손님들이 햄버거를 한 입 한 입 베어먹을 때마다 피클이 자꾸 빠져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라식'은 회사 연구인력들을 모아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해결 방법을 좀처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연구원이 아이디어 하나를 제시합니다.



바로 자동차 타이어의 무늬에서 얻은 아이디어였죠.

타이어의 홈이 노면과의 마찰력을 높여 자동차가 길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것에서 착안해 피클의 모양도 타이어처럼 울퉁불퉁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새로 제조한 피클은 미국 식품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박을 칩니다.

'피클'과 '타이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른 영역이지만 생각의 범위를 넓힌 결과 고객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던 것이죠.



서비스, 프로세스 개선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병원은 응급실 환자 응대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응급실에서 환자를 빠르게 응대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시급한 상황에서도 일사불란한 응대가 가능할지 말이죠. 


이때 떠올린 것이 자동차 경주에서 볼 수 있는 정비팀입니다. 


'병원'과 '자동차 경주'. 과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자동차 경주에서 정비팀들은 불과 몇 초 만에 타이어 교체, 연료 주입 등의 차량 정비를 끝마칩니다. 재빠르게 차량 정비를 마치고 경주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를 위해 완벽한 기술 연마와 치밀한 역할 분담, 그리고 수많은 연습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피트 스톱(Pit Stop)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의 세계 신기록은 불과 '1.88초'.

이 병원은 피트 스톱 시스템을 바탕으로 응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응급 환자 응대 속도를 20% 정도 높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객으로부터 불만과 개선의견을 듣는다해도 그 대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 막막하기도 하죠. 


자체적으로 서비스와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과정에서도 보다 참신하고 획기적인 방안이 없을까 고민할 때도 많을 테고요.

그것들 또한 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분야에 힌트와 해답이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어떤 분야를 살펴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도출하는 것. 그리고 이와 연관된 분야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햄버거’, ‘피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찰력’, ‘미끄럼 방지’에 주목했던 것처럼 말이죠.

혹시 지금 쉽게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면 '그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것과 관련된 분야'는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어쩌면 생각치 못했던 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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