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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Oct 10. 2021

지하철에도 사람이 있었다

전경과 배경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졌다. 어느정도 떨어졌을 때 멈췄어야 하는데, 심심해서 계속 하다보니 2%가 됐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뭐하지? INFP들은 온갖 상상을 한다던데, 상상력이 빈약한 나는 할 게 없다. 가만히 있자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문득, 사람이 진짜 사람이라는게 새삼스레 놀랍다. 배경인줄 알았는데! 내가 워낙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평생 핸드폰이 익숙한 세대라 그런 걸까? 


피쳐폰일 때도 핸드폰에 소설을 넣어놓고 주구장창 봤고, 스마트폰이 된 이후에도 그랬고, 데이터무제한이 된 이후엔 영상이나 인스타그램을 했다. 다들 이런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저기 기대 서있는 남자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앞에서 잠들어 있는 여자는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새삼스레 궁금해진다. 


전경과 배경이라는 말이 있다. 전경은 시야에서 중요한 대상을 말하고, 배경은 그 나머지 부분이다. 전경은 분명한 형태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배경은 형태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인간은 어느 특정한 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전경으로 떠올린다. 그 욕구가 해소되고 나면 그것은 전경에서 배경으로 물러난다. 또다른 욕구가 전경으로 떠오르고, 해소되면 배경이 된다. 건강한 사람은 전경과 배경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이다. 하지만 그만큼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곧 '나'에 갇혀있었다는 뜻이다.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전경이 점차로 바뀌고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진짜 타인'에게 관심이 생기고 있다는 표시다. 


타인의 삶에 대해 상상하는 것. 세계와의 연결성이 높아진다는 것.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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