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자기수용태도 1. 경험에 대하여

경험의 멸종 - 크리스틴 로제

by off

사탐런

깊고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 탐구 대신 사회 탐구에 학생들이 몰린다. 정작 사회 탐구 과목들은 쉬운 걸까?

교사를 꿈꾸었던 아이는 임용이 어려울 것 같아 학과를 변경하고 싶어한다. 어린 나이에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엄청 대단한 데 경험하지 않은 미래가 두려워 어렵게 건진 열정은 사라진다. 그리고 쉽게 취업이 가능한 다른 직업을 묻는다.


질문을 한 아이도 질문을 받은 나도 답이 없을 거라는 것을 잘안다. 어색한 시간들이 흐른다.

벌어진 사건, 경험을 이해하고 숨은 의미를 기어이 찾아 차곡 차곡 쌓아 단단해지는 일련의 과정을 '성찰'이라고 한다. 성찰을 해야 다음이 있다. 끝을 내지 못한 감정들을 쌓여 불안을 만든다. 불안하니 공부가 안되고 미래만 걱정하게 된다.


사건과 경험들은 속성이 복잡하고 또한 미묘하다. 당연히 마음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기술 발전 시대에는 복잡한 마음을 다룰 겨를과 공백이 없다. 즉각적인 '좋아요'가 반응으로 따라오고 복잡한 감정은 이모티콘이 대신한다. 어려운 문제들은 인공지능 채팅창에 물으면 금방 정리하여 답을 준다. 우리는 더이상 참지도 숨기지도 그리고 대면하지도 경험하지도 않으려 한다.


복잡하고 기꺼이 경험하려는 그 마음이 사실 인간다움을 만든다. 인공지능은 경험이 아닌 통계, 자료로 즉각적 대응을 한다. 인간다우려면 여백, 공백, 기다림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고 어색한 침묵의 공백을 견디고 외출한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는 초조함의 시간들 , 시험을 치고 발표가 나기까지 돌고 돌았던 넓은 학교 운동장의 공간이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이제 좀 천천히 인간답게 살아내고 겪으며 살아내고 싶은 시간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즉 기술이 시간을 좀 주면 좋겠다. 기술이 촘촘하게 아이들의 삶을 조정하는 이 느낌이 요즘 좀 힘들다.

* 모든 사람이 다른 곳으로 미래로 서둘러 움직인다. 아무도 자기 자신에게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몽테뉴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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