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회적 성격
" 선생님.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슬쩍 나를 살피는 요 귀여운 녀석, 솔이다.
사람 좋아하고 누군가 힘든 걸 못 보는 3반 솔이는 맑고 싹싹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기분좋아지는 싹싹함은 어디서 배운 걸까.
솔이 덕분에 3반은 분위기가 훤하다. 마음이 좋아서인지 설명도 술술 나온다.
" 솔이는 진짜 너무 성격이 좋다. 어떻게 이래."
" 음..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엄마는 저보고 그렇게 너무 사람 좋아하지 말래요. 손해 본다고. 그런데 엄마가 늘 그래요. 하하."
말은 손해라고 하는데 표정은 '손해 좀 보면 어때'이다. 저 표정도 엄마표일까?
솔이는 교대를 가고 싶어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돌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교대 동아리를 하며 놀이를 통한 동기부여 방법에 대한 보고서도 쓰고 통합반 친구 도우미 활동도 열심히 한다. 솔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몇몇 아이들에 실망한 마음에 상처 치료 연고를 바른 느낌이다.
"진짜 넌 너무나 친사회적이야. 친환경 제품 이런 거 알지. 니 인격은 샘이 진짜 보증한다. 솔아."
친사회적 성격 반대편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겠다.
요즘 이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유독 많다. 한 드라마의 여자아이는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 아이의 반사회성을 나무라지 않고 흡수해 준다. 거기다가 아이의 반사회적 성향이 무서워 아이를 버린 부모 대신 할머니는 무조건적 사랑을 준다. 결말에서 아이는 자라나 꿋꿋하게 자신을 직면하고 사랑을 만나고 사회와 연결된다. 후천적으로 인격을 배운다. 즉 공감, 사랑, 배려를 주변 관계로부터 흡수한다. 또 다른 드라마의 한 여자아이는 부모의 폭력으로 반사회성은 죄다 폭발하게 된다. 그 폭발의 여파로 주변인은 죽거나 파멸을 맞이한다.
갑자기 많아진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매체의 흐름에 대해 생각한다. 도시는 사람이 넘쳐나고 관계가 겹겹 쌓인다. 쌓인 관계는 피로할 테다. 그래서 노키즈존처럼 노피플존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장애라는 핑계를 통해 인간적 삶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고 싶은 분위기는 아닐까 염려된다. 주변 사람을 공감하고 사람 때문에 괴롭기보다는 감정을 완전히 없애고 살아가거나 소시오패스가 되어 사람을 이용하고도 태연하고 싶은 바람들이 많은가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정이현 소설집 [노 피플 존]의 등장인물들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났을 법한 마음 한쪽을 서늘하게 만드는 다양한 성격 장애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단 하나의 아이]를 시리게 읽었다. 대단지 최고급 아파트에서 풍족하게 사는 작은 소녀는 학원에서 학원으로 짐짝처럼 날라진다. 부모는 전문직이며 바빠서 시간제로 돌보미 대학생 한나를 고용한다. 한나는 배달음식을 같이 먹어주고 숙제를 봐주지만 안아주지도 다가서지도 못한다. 부모는 한나의 관심과 다정함보다는 엄격한 선을 지키는 쪽을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친구 없이 고립되던 작은 아이는 정신적 문제를 보인다. 걱정하던 한나는 아이의 이상 상태를 부모와 의논하지만 곧 해고된다. 가늘게라도 연결되어 아이를 돌보고 싶어 한 마음은 선을 넘는 시건방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나는 다른 알바를 구하지만 연약한 소녀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태로 소설은 끝이 난다.
주인공 한나를 보며 교대를 가고 싶어 하는 솔이가 생각났다. 단 하나의 아이라 너무나 소중해서 무균실 같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어른들이 많은 요즘, 우리 솔이의 약한 존재에 대한 연연함과 힘든 사람들을 걱정하는 연약 하지만 소중한 마음이 꼭 지켜지길 바라본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거부할 수 없는 지혜다. 그 지혜가 솔이가 교사가 되는 그날 모든 부모들이 진리로 알게 되길 바란다.
이미지출처-넷플리스공홈